커피는 늘 두 번째가 더 맛있다 | EP.13
두꺼운 이불 속에서 보내는 오전은
뭔가 특별한 일을 하지 않아도
이미 충분히 충만한 시간이다.
몸이 먼저 알았다.
오늘은 움직이지 않아도 되는 날이라는 걸.
알람이 울리지도 않았는데
굳이 일어나야 할 이유가 떠오르지 않았다.
ㅡ
이불 속 공기는 묘하게 따뜻했다.
내가 만든 온기가 아니라
어젯밤 꿈에서 남아 있던 감정까지
함께 품어주는 듯한 따뜻함.
창밖은 이미 하루를 시작하고 있었지만
이불 안의 세계는 아직 새벽처럼 고요했다.
몸을 조금만 움직이면
포근함이 이불 안에서
한 번 더 스르르 흘러내렸다.
그 순간,
나는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이 시간에야
비로소 마음이 조용히 숨을 고르는 것 같다고.
누군가와 약속한 것도 없고,
오늘 꼭 해야 할 일도 없어서
오히려 마음이 더 부풀어 올랐다.
게으름이 아니라
무너졌던 리듬이 제자리를 찾아가는 과정 같았다.
ㅡ
이불 끝을 손가락으로 건드리다가
문득 내 마음도 한번 더듬어 본다.
어디가 조금 눌려 있었는지,
어디가 아직 괜히 쓰라린건 아닌지,
또 어디가 언제 이렇게 부드러워졌는지.
겨울 아침은
이불 속에서 천천히 몸을 데우는-
그 몇 분이 지나서야
비로소 하루가 움직이기 시작한다.
나는 그 과정을 좋아한다.
서둘지 않아도 되고,
누구에게 보이기 위한 부지런함도 필요 없는 시간.
ㅡ
오늘의 오전은 그렇게 흘러갔다.
게으르고 따뜻하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지만
이상하게도 마음 한켠이 다시 살아나는 느낌.
가끔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오전이
가장 나를 잘 돌보는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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