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왜 사랑은 두려울 때 더 깊어질까

로맨스 나를 다시 쓰게 하다 | EP.24

by 마리엘 로즈


사람들은 흔히
사랑은 가까워질수록 깊어진다고 말한다.


함께 보내는 시간이 늘고
서로에 대해 더 많이 알고
일상을 공유할수록 정이 붙는다고 믿는다.

하지만 마음은 그렇게 단순하게 움직이지 않는다.


사랑이 깊어지는 순간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감정은 ‘가까움’의 결과가 아니라
‘두려움’이 스며든 순간에 더 가까워져 있다.

우리는 사실
사랑해서 두려워지는 것이 아니라
두려워졌기 때문에 더 깊이 사랑하게 된다.

이 역설을 이해하면 사랑의 본질이 보인다.


두려움은 마음의 경계를 연다


사랑이 깊어지는 시점은
항상 어떤 감정의 흔들림과 함께 찾아온다.


“이 사람을 잃으면 어떡하지?”
“이 마음이 혹시 나만 그런건 아닐까?”
“내게 이렇게 다정한 사람이 또 있을까?”


두려움은

사람을 움츠리게 만드는 감정이 아니라
오히려 마음의 문을 가장 크게 여는 힘이 된다.

우리가 잃을까 봐 두려워지는 순간,
그제야 비로소
마음의 숨겨둔 결들이 드러난다.

두려움은
내가 얼마나 누군가를 원하고 있는지,
얼마나 그 사람에게 기대고 있는지
언제나 냉정하게 보여준다.


확신이 깊이를 만들지 않는다.
불확실성이 깊이를 만든다.


사람은 ‘확신’ 앞에서는 감정이 얕아진다.
너무 안정된 관계는 편안하지만
마음을 깊게 흔들진 않는다.

반대로
불확실성은 늘 마음의 결을 깊게 한다.

상대가 갑자기 멀어지는 느낌,
말투가 조금 달라진 순간,
예상치 못한 침묵.

우리는 그런 아주 작은 변화에서
심장이 내려앉는 경험을 한다.

그 순간 사랑은 확신이 아니라
불안과 두려움의 조각들로 깊어진다.

사랑을 깊게 만드는 건
로맨틱한 장면이 아니라
가슴이 잠깐 덜컥하는 찰나들이다.


사랑은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잃을 수 있는 것’에서 자란다


사랑이 깊어지는 과정은
무언가를 얻는 과정이 아니라
잃을 수 있다는 감각을 받아들이는 과정이다.

흔들리는 마음 앞에서
우리는 비로소 상대의 온도를 다시 느끼고,
평범했던 말 한마디도
새처럼 가볍게 날아오르게 보인다.

잃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순간,
사랑은 단순한 감정이 아니라
내 삶의 일부가 된다.

두려움이 들어오기 전까지는
사랑이 어디까지 닿아 있었는지조차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

두려움은
사랑의 실루엣을 선명하게 비춘다.


두려움이 깊이를 만든다는 사실을
부정하지 말아야 한다


사랑이 두려움 위에서 깊어진다고 말하면
사람들은 종종 그것을
불안한 관계의 징조로 오해한다.

하지만 그 반대다.

두려움이 있다는 건
그만큼 마음의 크기가 움직였다는 증거이고,
그만큼 상대가
내 삶 안에서 무게를 갖기 시작했다는 신호다.

두려움을 피하려고 할수록
사랑은 얕아지고,
두려움을 인정할수록
사랑은 깊어진다.

사랑이 진짜로 성숙하는 건
안전한 순간이 아니라
불안의 흔들림을 서로 바라보는 순간이다.



결국 사랑은가까움이 아니라
‘감당할 마음’에서 깊어진다


가까워져서 사랑이 깊어지는 게 아니라,
두려움까지 받아낼 수 있을 때,
사랑은 비로소 깊어진다.

심장이 내려앉았던 밤들,
말 한마디에 마음이 흔들렸던 순간들,
내가 몰랐던 결들이 드러나는 시간들.

그 모든 두려움이
사랑의 바닥을 조금씩 더 깊게 파 내려간다.

그래서 사랑은
가까워져서가 아니라
두려워져서 깊어진다.

두려움은
우리 마음의 끝자락을 드러내는
가장 정직한 감정이기 때문이다.






















keyword
이전 20화사랑의 거리감에 대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