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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방은 아직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

너의 마음에는...| EP.01 문 앞에서 - 마음의 첫 방

by 마리엘 로즈


주제: 외면해온 감정의 첫 장소
역할: 이 세계로 들어오는 입구




사람의 마음에는
누구에게도 보여주지 않은 첫 번째 방이 있다.

이 방은 우리가 가장 오랫동안 피하고,
가장 자주 지나쳐왔던 감정들이 눕는 자리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정서적 저장고(emotional storage) 라고 부른다.
제때 표현되지 못한 감정들은 사라지지 않고,
조용히 이 방으로 옮겨져 누적된다.

우리는 이 방을 향해 문득 걸음을 멈추지만
쉽게 문고리를 잡지 못한다.
열어버리는 순간 무엇이 튀어나올지 두려워서다.

그래서 사람들은 대부분 외면을 택한다.


‘지금은 바빠서’,
‘괜찮아졌으니까’,
‘이 정도는 그냥 넘겨도 돼’


이런 말들로 마음의 첫 방을 잠가두고
다시 돌아서 간다.

하지만 문 뒤에서는 전혀 다른 일이 일어난다.


당신이 애써 묻어두었던 감정들은
당신이 돌아오기를 기다리며
조용히 형태를 갖추기 시작한다.


어떤 것은 짙은 외로움으로,
어떤 것은 예민함으로,
또 어떤 것은 설명할 수 없는 피로나 무기력으로
서서히 모습을 바꾼다.



그래서 우리가 이유 없이 힘들다고 느끼는 순간,

사실은 마음의 첫 방 앞에 서 있는 것이다.


아직 표현되지 않은 감정들이

다시 떠오르기 위해

먼저 몸에 신호를 보내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슴이 답답해지고,
작은 말에도 예민해지고,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의 소용돌이가 생겨난다.

마치 방 안에서
누군가 천천히 문을 두드리는 것처럼.





마음의 첫 방은

잊힌 장소가 아니다.


당신의 심리가 가장 먼저 반응하던 자리이며,
당신이 상처 속에서 처음 몸을 웅크렸던 자리이고,
말하지 못한 당신이 가장 오래 머물던 공간이다.


그래서 오늘 우리는

그 문 앞에서 잠시 멈춰 선다.


억지로 열 필요는 없다.


심리학에서 정말 중요한 건,

“문이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

그 단 하나의 단계다.


이 여정은

당신이 감정의 세계로 들어가는

가장 부드러운 입구가 될 것이다.


문을 두드리는 건 당신이 아니라

오히려,


당신을 기다려온 감정들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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