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사람의 마음은
생각보다 훨씬 쉽게 흔들린다.
작은 말 한마디,
잠깐의 표정 변화,
문장의 끝에 붙은 미묘한 뉘앙스 하나에도
우리는 누군가의 마음이 달라진 것처럼 느끼곤 한다.
그 순간에는
내 마음 전체가 휘청이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별일 아닌데도 갑자기 불안해지고,
방금까지 확실했던 감정이
순간 흔들리기도 한다.
ㅡ
나는 오랫동안 궁금했다.
왜 이렇게 쉽게 마음이 흔들리는지,
왜 어떤 감정은 오래 붙잡히는지,
왜 누군가와 가까워지는 순간에도
안심보다 조심이 먼저 오는지.
돌아보면, 마음이 흔들릴 때마다
내 안에서는 아주 작은 느낌의 방향이 생겨나고 있었다.
그 방향은 때로 상처처럼 보였지만
조용히 들여다보면
내가 애써 외면하고 지나쳤던
‘진짜 원하는 것’이 그 안에 있었다.
우리는 흔들려봐야
자신의 마음이 어디를 향하고 있었는지 알게 된다.
흔들림은 마음을 망가뜨리지 않는다.
오히려 마음 속 깊은 곳에서
그동안 들리지 않던 신호들을
조용히 끌어올린다.
ㅡ
나는 그 시간을 오래 생각하다가
그 남아 있는 감정의 흔적을
‘흔결’이라 부르기로 했다.
흔들려서 남은 마음의 결,
지워지지 않는 방향,
다시 나에게로 돌아오는 감정의 자리.
이 책은 그 흔결들을 따라가며
마음이 실제로 어떤 순간에 흔들리고,
왜 그런 감정이 생기며,
그 흔들림이 어떻게 나를 바꿔왔는지를
바라본 기록이다.
ㅡ
나는 누군가를 이해하려 할 때마다
그리고 누군가에게 이해받고 싶을 때마다
사람의 마음은 놀라울 만큼
비슷한 방식으로 흔들린다는 걸 깨닫는다.
사람은 다 다르지만
마음이 움직이는 방식은
의외로 서로 닮아 있다.
우리는 그 닮음을 잊고 살아간다.
그래서 혼자 불안해하고
혼자 버티고
혼자 흔들리지만...
사실은 모두가
비슷한 흔결을 품은 채 살아가고 있다.
이 책을 펼친 당신이
자신 안에서 오래 남아 있던 흔결을
조금 더 부드럽게 바라보게 되기를.
흔들린 마음이 부서지지 않고
오히려 더 단단해지는 순간이 있다는 것,
그 사실을 함께 발견하게 되기를.
《작가의 말》
‘흔결’(痕結)이라는 말은
사전에 없는 단어입니다.
마음에 오래 남는 흔적과
그 위로 다시 생겨나는 감정의 결을
하나의 단어로 담고 싶어
제가 스스로 만든 표현입니다.
사람의 마음에는
말로 다 설명하기 어려운 무늬가 남곤 합니다.
그 조용한 자리를
저는 ‘흔결’이라 부르고 싶었습니다.
이 책에서 말하는 흔결이
독자 여러분의 마음에서도
작은 여운으로 남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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