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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eong Oct 10. 2024

6. 무료 법률 상담

  법원에서 무료 법률 상담을 받았다.

  법원 1층에 상담실이 있었다. 밖에는 폭우가 내리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법원 전체에 오가는 사람이 별로 없었다. 상담실에서 턱을 괴고 있던 법무사는 내가 들이미는 계약서를 찬찬히 들여다보았다. 

  “별 문제없겠는데요.”

  긍정적인 성격의 법무사였다.  내가 "계약서만 보면 그렇지만 이 건물은 호실을 쪼개 실제 방 개수를 몇 배로 늘렸다"고 말하자 법무사의 표정이 조금 어두워졌다. 나는 보증보험 가입하지 않았고, 집주인 부부가 소유한 부동산 여러 채가 동시다발적으로 경매에 넘어갔다고도 말했다. 법무사는 고개를 갸우뚱하며 할 말을 잃었다. 


  나는 임차인으로서 권리를 최대한 보장받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물었다. 법무사는 이사를 절대 하지 말고 경매가 끝날 때까지 버티라고 했다. 썩 도움이 되는 조언을 얻은 것은 아니지만 내 처지를 하소연해서 기분이 조금 나아졌다. 고맙다고 인사하고 뒤돌아 나가는 나에게 법무사가 무심히 한마디를 건넸다.   “잘 될 거예요.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그 위로가 선뜻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법률상담을 한 번 더 받기로 했다. 이번에는 지자체가 운영하는 무료법률상담 서비스를 이용했다. 미리 상담 내용을 등록하고 시간에 맞춰 구청으로 갔다. 거기에서는 변호사를 만날 수 있었다.       

  변호사는 처언천히 사건 내용을 파악했다. 

  25분 동안. 나에게 허락된 상담 시간은 30분이었다. 

  변호사는 남은 5분 동안 ‘자세한 건 선임을 하셔야 제가 말씀드릴 수 있고’, ‘이 부분은 지금 상황에서는 말할 수 있는 게 아니고'라는 류의 몇 마디를 해 주었다. 무료로는 도움을 주고 싶은 마음이 전혀 없어 보였다. 변호사에게 들은 말 중 가장 거슬리는 것은 “월세가 100만 원 정도라고 치면, 계약기간보다 추가로 더 살게 될 테니 (못 받은 보증금을)월세로 대신한다고 생각하면 된다”였다.  마지막으로 변호사가 나에게 한 말은 “세입자들 모임 같은 게 있으면 거기서 귀동냥을 하세요.”였다.


  역술가한테 상담을 받을지언정 더 이상 무료법률상담은 받지 않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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