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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1 더 무비(4DX) 리뷰(스포 있음)

by 카레맛곰돌이

오늘 F1 더 무비가 개봉하자마자 4DX로 보고 왔습니다! 영화를 다루기 이전에 제가 자주 F1에 대한 이야기를 적지는 않았지만 저는 F1을 꽤 예전부터 봤었고 현재 애스턴 마틴과 자우버를 응원하고 있습니다. 왜 두 팀을 응원하냐고 하면 되게 한 곳은 국왕님이라는 별명을 가진 페르난도 알론소 선수 때문이고, 한 곳은 알파 로메오 시절의 추억이 있어서 그렇습니다. 알파 로메오라는 팀명을 이야기하니까 갑자기 옛날로 확 돌아가버린 기분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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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전에 먼저 4DX 1주 차 관람 특전 포스터와 티켓을 받아왔으니 자랑 사진을 올리고 이야기를 시작할게요. 이번 포스터도 굉장히 잘 나왔네요. 특히 브레드 피트는 이제 내일모레면 환갑인데 혼자만 세월을 피해 가는 비법이 있나 싶을 정도로 정정한 모습으로 스크린에서 나왔어요. 그리고 오히려 너무 정정해서 그가 연기했던 능글맞은 옛 캐릭터들이 떠오르기도 할 정도였고.


후기에 앞서 짧은 평을 먼저 깔고 시작하자면 'F1을 몰라도 보기에 부담 없고, 오히려 모르는 채로 보면 더 즐거운 영화. F1에 심취했다면 불편할 수도 있는 영화.' 이렇게 정리할 수 있겠네요. 그러면 간단 후기 시작하겠습니다. 그리고 이 리뷰에는 간단한 스포일러가 담겨있습니다!




시작은 IMSA 데이토나 24시에서 시작합니다(이게 뭔지 모르는 분들을 위해 설명드리자면 미국에 데이토나 서킷이라는 큰 서킷이 있는데 거기를 24시간 내내 여러 드라이버가 돌아가면서 차를 운전해 승부를 겨루는 내구레이스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거기에서 소니 헤이즈는 우승 청부사처럼 그들을 도와 경기를 우승으로 이끌어내고 그 길로 새로운 드라이버가 될 수 있는 곳을 찾아 떠나죠.


저 멀리 새로운 드라이버를 찾는 곳으로 가는 길, 소니 헤이즈의 소식을 들은 옛 동료가 찾아와 지금 F1 팀을 운영 중인데 노련한 베테랑이 한 명 필요하다, 함께 해달라는 부탁을 건넵니다. 여기에서 그는 안된다고 한사코 거절을 하다가 끝내 그와 함께 하기로 했습니다. 근데 막상 팀에 도착해 보니 차는 코너 진입, 탈출마다 조종성이 불안정한 쓰레기고 세컨드 드라이버는 머리에 피도 안 마른 루키였네요. 과연 그는 그랑프리 1회 우승이라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까요?


스토리를 요약해 보면 소니 헤이즈는 말 그대로 자동차 운전을 위해 태어난 초인처럼 느껴집니다. 데이토나 24시에서 7위로 밀려있던 팀을 거친 드라이빙 한 번으로 1위까지 끌어올린 다음 우승까지 이끈다니요. 거기에 이미 F1 시즌이 절반 이상 지난 상태에서 영국 실버스톤 서킷에서 첫 테스트 드라이빙을 펼치는 모습은 가히 놀라울 정도입니다. 연습도 없이 오프닝랩 마지막 코너에서 스핀한 자동차로 조슈아 피어스와 거의 동등한 타임을 찍을 정도니까요. 분명 스핀하면서 타이어에 플랫 스팟이 발생했을 거고, 마지막 코너 공략 도중 차량이 멈췄기에 핏 스트레이트에서 충분히 가속을 받지 못했을 텐데도 말이죠! 여기까지 설명하면 F1을 즐겨보셨던 분들 중에 불편함을 호소하시는 분들도 계실 텐데요. 안타깝지만 이런 부분은 앞으로 굳이 짚지 않아도 될 정도로 차고 넘칩니다. 그러니 그냥 영화는 영화라고 생각하면서 즐기세요.


이 영화는 7회 월드 챔피언에 빛나는 루이스 해밀턴이 전문가로 각본을 검토한 작품입니다. 그가 과연 어떤 각본을 검토했는지 모르겠지만 현실적인 디테일을 너무 챙기지 않기로 한 건 분명합니다. 왜냐하면 그걸 다 챙기면 이 영화는 애초에 만들어질 수가 없으니까요. F1은 과학기술력의 결정체라고 말해도 될 정도로 모든 과학이 뭉친 작품입니다. 유체역학, 재료역학, 열역학... 사실상 항공기에 바퀴를 달아서 땅바닥에 붙인 다음에 어떻게 하면 '안전한' 최속의 항공기를 만들 수 있을까 고민하는 과정과 같아요. 그래서 공학을 전공하신 분들이 더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스포츠기도 하죠.


그리고 수십 년 전, 1등과 꼴등이 수 바퀴씩 차이가 나고 랩당 랩타임이 2초에서 3초, 많게는 10초씩도 차이 나던 시대와 달리 지금은 1등과 꼴등이 1초~2초 사이의 랩타임 차이를 보이고 있습니다. 즉 모든 차량이 상향평준화되었고 그만큼 0.x초 타임을 끌어올리기 힘든 시대가 왔다는 의미예요. 간단히 이야기하면 모든 차량이 99% 완성된 상태인데 그 0.x%를 더 끌어올려서 99.9%에 가까운 차량을 만들기 위해 몸을 비트는 시대가 왔다는 의미인 거죠. 그런데 에이펙스 GP는 너무 쉽게, 마치 케이크 한 조각을 먹는 수준이라 할 정도로 간단히 랩타임을 단축시켜요. 그래서 레이스 후반기 실버스톤까지도 0포인트, 그러니까 단 한 번도 20명이 달리는 경주에서 10등 안에 들어본 적이 없는 팀이 갑자기 중위권, 중상위권, 상위권 차량들과 싸울 수 있는 차량이 만들어지죠. 이게 쉽게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랬으면 작년 자우버가 22경기 내내 단 1포인트도 따지 못하고 죽는소리만 내다가 23R에서 포인트를 따고 감동의 눈물을 흘리는 일도 없었을 텐데요.


이 모든 것들이 영화에서는 영화적 허용이라는 이름으로 어느 정도 용인됩니다. 그래서 F1을 열심히 보는 팬 입장에서는 '어떻게 차가 갑자기 휙휙 바뀌면서 상위권과 배틀이 가능한 차가 만들어져!'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이를 잘 모르는 분들 입장에서는 소니 헤이즈가 들어온 이후로 패배주의와 무사안일주의, 근성 없이 포기하는 정신에 빠져있던 팀이 일어나 다시금 강팀들과 칼을 맞대는 느낌을 줬다고 느끼실 수도 있으리라 생각해요. 그런 의미에서 이 영화는 참으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스러운 영화였다고 다시금 생각이 드네요.


사실 이런 영화적 허용은 보는 입장에서도 어느 정도 따뜻하게 넘어가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도 그럴게 소니 헤이즈가 들어와 24R 내내 꼴지를 전전하다가 내년에 팀 프린시펄과 테크니컬 디렉터, 그러니까 감독과 기술고문이 바뀌고 나서야 천천히 성적이 오르기 시작해 소니 헤이즈 이적 3년차가 되어서야 중상위권 팀들과 싸우고 있다고 영화를 내면 아무도 안 볼 거잖아요?(솔직히 팀 프린시펄과 테크니컬 디렉터, 그리고 소니 헤이즈만으로 3년만에 최후미에서 중상위권, 포디움까지 노리는 차를 만든다는 거 자체도 비상식적이긴 해요.) 이 감독의 영화를 영화적 허용 없이 진지한 눈빛으로만 봤다면 탑건 2에서 메버릭은 미사일에 격추되었어야 해요. 애초에 상대가 쏜 미사일이 열추적 미사일이 아닌데 플레어를 터트려봤자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그리고 플레어도 너무 많았고. 하지만 사실 아무래도 좋잖아요? 전작의 영웅인 톰캣이 나왔다는 것 만으로도 다들 기쁘셨잖아요? 그런 것처럼 나이브하게 이런 사안들을 넘어가준다면, 반대로 이 영화는 꽤 훌륭한 영화가 될 수 있는 거죠.


이 영화의 클라이막스는 단 한 곳입니다. 야스 마리나에서 소니 헤이즈와 조슈아 피어스가 핏 스트레이트에서 루이스 해밀턴을 쫓으며 진짜 팀플레이를 보여주는 장면이죠. 좌측으로 디펜스하게끔 유도할 때 우측으로 공략하는 방법, 스트레이트에서 토잉을 줘서 최대한 가속시키는 장면, 해밀턴과 소니의 휠투휠 배틀까지 야스 마리나는 정말 볼거리가 풍부한 장면이지 않았나 싶네요. 그리고 깨알같이 소니의 차만 시원하게 돌려 버리는 경의 품격, 아마 F1좀 봤다는 분들은 그 장면에서 수많은 경기 중의 기억이 파노라마처럼 지나가셨으리라 생각합니다. 오히려 경의 품격을 당했는데 살아남은 소니가 대단하네요.


위에서 영화를 나이브한 시선으로 봐주자고 이야기한 마당에 영화에 대한 불평을 말하는 게 이상할 수도 있지만 영화적 허용을 제외하고 아쉬운 점을 꼽자면 퀄리파잉 세션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었다는 점이 제일 아쉬웠습니다. 퀄리파잉 세션은 본 레이스 들어가기 전에 하는 경주로 간단히 설명하면 1등부터 20등까지 누가 빠른 랩타임을 기록하는지, 그 기록을 토대로 레이스 시작 등수를 결정하는 경기입니다.


소니 헤이즈는 영화 내내 더티에어(상대 차와 가까운 간격에 섰을 때 발생하는 와류와 엔진 열기로 인해 발생하는 공기의 이상 흐름)를 이겨내고 치열하게 배틀할만한 차를 만들어달라고 테크니컬 디렉터에게 요구해왔습니다. 이 말은 반대로 설명하면 클린에어에서는 메리트가 다소 떨어지는, 그러니까 배틀이 없는 퀄리파잉 세션에서는 약한 차가 만들어진다는 의미에요. 그런데 어떻게 그들은 레이스에서 점점 좋은 그리드를 선점할 수 있었을까요. 그 부분에 대한 설명은 당연히 없을 것이고, 실제로 이런 게 가능한지도 모르겠지만 아무래도 퀄리파잉 세션 또한 경기의 일부고 일부 서킷에서는 본 레이스보다 퀄리파잉 세션이 중요하다는 말을 하기도 할 정도니 이런 묘사도 있었으면 좋았겠다는 아쉬움이 남기도 하네요. 한편으로는 퀄리파잉에 대한 언급이 하나도 없었으니 현실성있는 영화가 아닌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로 더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을 수 있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요. 사실 이 불만은 F1 팬의 입장에서 가지는 불만이지 영화적 완성도를 결정짓는 부분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오히려 퀄리파잉까지 다뤘으면 영화적 완성도가 떨어졌을 겁니다. 솔직히 'F1? 세상에서 가장 안전할 길을 기계빨로 달려서 승부하는 대회.'라는 명대사가 나올 정도로 모터스포츠에 대한 인지도가 크지 않은 국가에서 이런 딥한 이야기까지 나오기 시작하면 브래드 피트 얼굴 보러 가벼운 마음으로 오신 분들도 어지러우셨을 거에요.

P4w2kRp9mnHZ_edtNiSWdGCy8Pg.jpg 오늘도 소환되는 뺑반

그리고 별개의 이야기를 하나 하자면 이번 에이펙스 GP의 여정은 2024 시즌을 기준으로 했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F1 시트에서 볼 수 없는 선수들이나 다른 팀으로 이적한 선수들도 옛날 모습으로 영화에 나왔어요. 최근 새로 들어올 팀인 캐딜락에서 콜을 받고 있다는 루머가 있는 세르히오 페레스라던지, 지금은 윌리엄스에 있지만 작년까지만 해도 페라리의 옷을 입고 있었던 카를로스 사인츠 주니어라던지, 당장 루이스 해밀턴도 평생 함께했던 메르세데스를 떠나 25시즌부터는 페라리에서 활동하고 있죠. 작년 에이펙스 GP로 인해 국왕님이 퀄리파잉에서 좋지 못한 성적을 받았던 걸 생각하면 다시금 열받기도 하지만 작년 시즌을 생각하면서 볼 수 있는 영화여서 더욱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작년에 포디움에 오르지 못한 국왕님을 포디움에 올려주셨던데, 이렇게라도 포디움에 올려줘서 고마워요 에이펙스 GP... 올해 경기가 진짜 안풀리는데 국왕님 제발 포디움도 오르시고 은퇴 전에 미션 33도 달성하시면 좋겠어요...


아, 영화에 대한 이야기만 가득 해버렸는데 4DX에 대해 후기를 짧게 남기자면 좌우 흔들림, 레이스 도중 스트림에 따라 선선히 불어오는 바람과 같은 디테일은 굉장히 좋았습니다. 하지만 에이펙스를 밟을 때 순간적으로 지나간다는 느낌을 주기 위해 사이드에서 치익! 하고 바람을 뿌린다던지, 야스 마리나, 라스베이거스 스트립 서킷에서 터트리는 폭죽에 맞춰 플래시를 터트린다던지 하는 연출은 굉장히 별로였어요. 특히 에이펙스를 밟을 때 뿌리는 강렬한 바람이 너무 시끄러워서 오히려 에이펙스를 밟으며 지나가는 스피디한 사운드가 들리지 않아 불편함이 더해졌습니다. 그리고 폭죽 터트리는데 정확한 박자에 맞춰 플래시가 터지는 것도 아니고 플래시가 반박자 늦게 터지니까 보는 내내 답답하더군요. 4DX 궁금하다면 보셔도 좋습니다! 저는 4DX의 날에 봐서 11,000원에 봤는데 원래 가격인 18,000원이었다면 조금 고민했을 수도 있겠다 싶기는 하지만요.


어쨌든 긴~ 영화의 후기는 여기서 끝입니다. 저는 이 영화를 보면서 쿠팡플레이가 스포츠 패스 가격을 뭣같이 설정해서 한국 모터스포츠 시장에 다시금 찬 물을 뿌린 점이 다시금 떠올랐어요. 그거만 아니었어도 또 많은 이들이 F1에 유입될 수 있었을텐데. 해외에 비해 온보드 카메라도 없고, 레이스 레코드도 없고, 라이브 타이밍도 지원 안해서 F1 공식 앱으로 따로 챙겨봐야 하고, 화질도 별로인 주제에 18,000원은 염치없는 가격이 아니냐고 묻고 싶지만 그래봤자 어쩌겠습니까. 배째라는데... 그래도 다들 이번 영화로 또 F1에 많은 관심을 가져주시면 좋겠네요.


다음에 또 재미있는 일상 이야기를 가져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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