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다사다난한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아르바이트가 끝나고 나니 몸살이 나 일주일 내내 앓아눕고, 몸살이 끝난 후에 좀 거리를 나다녔더니 친구에게 허리병이 옮았는지 허리가 아파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일상을 보내고 있네요. 아마 전역 이후 가장 나약한 한 때이지 않나 싶어요.
최근 무슨 일이든 다시 시작하고 싶은데 취업이 쉽지 않다는 걸 느끼고 있습니다. 제가 원하는 자리는 사람을 찾는 곳이 드물고, 또 경기가 전반적으로 안 좋아진 만큼 저 같은 경력 없는 사람들이 새로운 도전을 하기에는 어려운 환경이 되고 있다는 걸 새삼 느끼게 되네요. 어쩌면 결국 예전의 자리로 돌아갈지도 모르겠습니다.
몸살로 앓다가 몸이 좀 좋아진 때부터 글렌피딕 16년이 이마트에서 판매 중이라는 소식을 듣고 이 술을 찾기 위해 며칠 돌아다녔어요. 제가 F1팀 중에서 애스턴 마틴을 좋아한다고 자주 이야기를 하고는 했는데 이번에 글렌피딕과 협업을 해 콜라보 제품이 나왔기 때문이죠.
글렌피딕은 보통 15년과 18년, 이 둘이 많이 판매되는 제품이에요. 16년은 그 중간에 낀 제품으로 15년과는 또 다른 재미있는 풍미를 내는 술이라고 하더라고요. 물론 산 후에는 당장 열지 않고 곱게 집의 한구석에 넣어뒀습니다. 이 녀석은 애스턴 마틴 그랑프리 우승, 혹은 드라이버, 컨스트럭터 챔피언 우승 때 열 물건이라서 말이죠. 아니면 국왕님이 은퇴하실 때 열 수도 있고요?
특히나 국왕님이 26년을 마지막으로 은퇴할 수도 있다는 기사가 나오면서 그랑프리 우승이 빠를까, 아니면 은퇴 기념주가 될까, 일단은 그 이전까지는 고이 모셔두려고 합니다. 26년에 새로운 규정과 함께 차량이 전면 개편되지만 아마 26년에는 당장 활약하기 힘들 거 같고 뉴이 옹의 힘을 받아 27년쯤부터 차량 성능이 향상되지 않을까 기대되긴 하는데... 적어도 은퇴 전에 미션 33를 달성하시면 좋겠네요.
최근에 한 보드게임을 소개하자면 반지의 제왕-원정대의 운명-(이하 반데믹)과 에메랄드 스컬이 있겠네요.
반지의 제왕-원정대의 운명-은 보드게임 판데믹의 룰을 반지의 제왕 세계관에 접목시킨 다음 조금의 변곡점을 준 게임입니다. 원정대의 최종 목표는 영화를 본 모두가 익히 알듯 프로도를 운명의 산까지 안전하게 보내 절대 반지를 용암에 깔끔하게 던져 넣는 겁니다. 그 사이에 수많은 적들이 앞으로 나가는 원정대를 방해하고, 또 사우론과 그의 수하들이 세상을 지배하기 위해 힘을 펼치겠죠. 우리의 원정대는 이 거대한 서사시를 해피엔딩으로 마무리 지을 수 있을까요?
반데믹은 생각보다 타이트하게 게임이 운영됩니다. 각자 캐릭터마다 특색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캐릭터의 효과를 최대한 활용하고 주어진 미션을 클리어하면서 앞으로 나아가야 해요. 그 와중에 누군가는 주인공이 되어 반지를 가지고 나아가야 하고, 누군가는 보조 역할이 되어 땅을 지키고 적들과 싸워야만 합니다. 이 역할 분배가 완벽하게 되지 않는다면 게임을 클리어하기는 조금 어려울 수도 있어요.
거기에 반데믹이라는 이름이 붙은 것처럼 이 게임의 룰은 기본적으로 판데믹의 기조를 따라갑니다. 즉 한번 발생한 질병은 다시금 발생하고, 또 우리는 과거에 발생한 질병들을 떠올리며 대처해 가야 한다는 이야기죠. 만약 판데믹을 플레이해 보셨거나 이런 전략 협동에 익숙한 플레이어라면 모르겠지만 라이트 플레이어는 처음 접했을 때 다소 어려움을 느끼실 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게임은 숙지해야 하는 룰이 많지는 않지만 처음에 설명하는 시간이 다소 길어질 수 있는 게임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지의 제왕 시리즈를 재미있게 본 플레이어라면(소설도 필요 없고 영화만 봐도 충분합니다. 와! 레골라스! 와! 김리! 이 정도 인식만 있으면 충분하다는 이야기예요.) 충분히 즐겁게 즐기실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우리에게 친숙한 영웅들과 함께하는 여행인데 즐겁지 않을 리가 없겠죠? 최근 다시금 판매를 시작한 반지의 제왕-원정대의 운명- 관심이 있으시다면 구매하셔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두 번째 게임은 에메랄드 스컬입니다. 이건 국내 보드게임 커뮤니티에서 번역되어 판매를 시작한다는 소식에 이야기가 꽤 나왔던 작품인데요. 간단히 표현하면 내가 주사위를 굴려 해골을 만들 수 있을 것인가만큼 다른 사람이 주사위를 굴렸을 때 어떻게 될 것인가를 예측하는 배팅 개념이 합쳐진 주사위 게임입니다.
이 게임을 플레이해 본 플레이어들의 공통적인 후기는 룰 숙지에 다소 시간이 요한다는 점입니다. 룰이 직관적이지 못하기 때문에 검증된 플레이어들도 에러 플레이가 가끔씩 발생하고 또 이로 인해서 다들 플레이할 때 이게 맞나, 아닌가, 하면서 시간이 끌리다 보니 분위기 자체가 루즈하게 떨어질 수도 있다는 게 문제인데요. 저는 그래서 첫 판에 분위기가 쳐진다 싶을 때 그냥 시원하게 소리치면서 분위기를 끌어올려 플레이하고는 했습니다. 결국 주사위를 굴리는 게임들은 게임의 분위기가 또 생명이잖아요?
첫 판은 가볍게 플레이하고 룰을 복기하듯 짚어가면서 이런 경우에는 이렇게, 저런 경우에는 저렇게. 이런 식으로 첫 플레잉이 끝났다면 다음부터는 아마 이 게임을 제대로 즐기실 수 있으리라 생각이 듭니다. 처음 룰 숙지가 다소 까다롭고 불친절한 거지 게임 자체가 재미없지는 않거든요. 주사위 게임들이 늘 그렇듯 게임의 표면은 직관적이고 원초적입니다. 결국 주사위를 잘 굴려서 해골을 만드는 게 핵심이에요. 그리고 내 차례가 아닐 때에는 배팅을 해서 상대가 망하기를 빌거나, 성공하기를 빌거나, 혹은 도박에 뛰어들면서 함께 하자고 권하는 게 대다수죠.
이런 게임들은 진지해지려면 한 없이 진지해질 수 있고, 유쾌해지려면 한 없이 유쾌해질 수 있는 게임입니다. 하지만 저는 태생이 광대여서 그런지 주사위를 굴리는 게임만 하면 다 같이 유쾌하게 소리치면서 게임을 즐기고 싶네요. 국내에는 출시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요. 에메랄드 스컬은 아스모디 코리아에서 판매 중이니 같이 파티게임을 즐길 인원만 있다면 강력 추천드립니다. 그리고 기왕이면 세트로 판매 중인 메탈 코인 구매도 나쁘지 않아요. 메탈 코인의 퀄리티가 상상 이상으로 괜찮더라고요? 다른 게임의 코인으로 써도 되겠다 싶을 정도로 괜찮은 품질이에요.
몸살이 났을 때는 몸이 아파서, 허리가 아플 때에는 허리가 아파서 최근에 책에 집중하는 일이 없었네요. 오늘 글도 허리가 아파서 쓰지 말까... 생각하다가 최근 생각했던 이야기들을 좀 차분히 적고 싶어서 나왔습니다.
날씨가 많이 시원해졌는데 다들 환절기 조심하시고 또 10월 추석 연휴 잘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