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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같은 이야기를 자꾸 반복할까

제77화

by 그래도

1. 또 꺼내고 있다.

이미 한 말인데도, 입술 끝에서 맴돈다.

듣는 사람은 지겨워도, 마음 어딘가에 걸린 채 끝나지 않는다.


2. 이상하다.

풀릴 줄 알았는데, 왜 더 짙어질까.

괜히 굳은살을 건드려 덧나버린 마음처럼, 오늘도 같은 자리를 맴돈다.


3. 아물지 못한 마음은 늘 그 자리를 서성인다.

지워지지 않은 흔적은 다른 이름으로 다시 되살아난다.


4. 하지만 같은 얘기는 같은 얘기가 아니다.

처음엔 원망이던 말이, 두 번째는 슬픔이 되고, 세 번째는 체념이 된다.

반복 속에서 말은 다른 얼굴을 찾아간다.

그러다 어느 순간, 그리움이 되었다가, 용서가 되기도 한다.


5. 반복하는 건, 끝내고 싶어서다.

혼자선 끝낼 수 없기에, 들어줄 누군가를 찾는다.

그제야 이야기가 멈추고, 조금, 풀리기 시작한다.


같은 이야기를 반복하는 건, 처리되지 못한 상처에서 비롯된 ‘반복 강박(끝내 해소되지 못한 감정을 무의식적으로 되풀이하는 마음)’이다.
되살아난 말마다 감정은 다른 얼굴을 하고 나타나며, 그 안엔 여전히 누군가에게 들려지길 바라는 마음이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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