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왜, 감정 쓰레기통이 될까

제67화

by 그래도

1. 어떤 사람의 말은 폭포처럼 쏟아진다.

처음엔 들어줄 만하지만, 끝도 없이 흘러내리면 숨이 막힌다.

그들은 쏟아내는 동안 가벼워지지만, 내 안은 금세 무거워진다.


2. 싫다고 말하지 못할 때, 말들은 차곡차곡 쌓인다.

비워야 할 건 그들의 감정인데, 어느새 내 안에 차오르고 만다.

버림받을까 두려운 마음이, 나를 그 자리에 붙잡아둔다.


3. 어떤 때는 누군가의 짐을 받아야만 내가 살아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 순간, 버려지는 건 감정이 아니라 어쩌면 나 자신이다.


감정 쓰레기통이 된다는 건, 상대의 불편한 정서를 내게 떠넘기는 ‘투사’와 내 감정을 잃어버리는 ‘자기소외(타인의 감정에 휩쓸려 자신을 잃는 상태)’가 함께 일어난다는 뜻이다.
버려지는 순간을 알아차릴 때, 나를 지키는 경계가 다시 생겨난다.
keyword
이전 06화왜, 선물을 고르며 웃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