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3화
1. 서점에 가면 언제나 같은 문장들이 있다.
“자신을 믿어라.”
“오늘을 인생의 마지막날처럼 살아라.”
“포기하지 마라.”
표지는 바뀌어도, 내용은 늘 거기서 거기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또 한 권을 집어 든다.
2. 익숙한 확신을 확인하고 싶은 것일까.
“괜찮아, 아직 늦지 않았어.”
그 말이, 여전히 듣고 싶은 것이다.
3. 이상하게도, 그런 책을 많이 읽을수록 사람들은 더 초조해진다.
“나는 아직도 부족하다”는 마음이 확신의 자리를 대신하니까.
자기 계발은 때로, 스스로를 지켜보는 또 다른 감시가 된다.
스스로를 응원하는 것 같지만, 그 격려마저 또 하나의 기준이 된다.
4. 그럼에도 사람들은 내일 또 다른 책을 산다.
완벽해지기 위해서가 아니라, 여전히 버티고 싶은 마음 때문에.
자기 계발은 완벽을 향한 다짐이 아니라, 불안을 견디기 위해 스스로에게 걸어두는 주문처럼.
자기 계발서의 반복된 소비는 ‘성취 불안(끊임없이 나아가야 한다는 압박)’과 ‘자기 이상(이루지 못한 나에 대한 결핍감)’의 간극을 완화하려는 시도다.
사람들은 변화를 배우기보다, 다시 일어설 힘을 잠시 빌리기 위해 그 책을 집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