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뎀나의 구찌, 관능을 재해석하다.

by Mickey


뎀나 바잘리아 (Demna Gvasalia / 이후 Demna )는 브랜드 베트멍을 성공시키고 발렌시아가를 하이엔드 스트릿 패션의 선두주자로 만든 디자이너입니다. 스트릿 패션의 주요한 디자이너로 뽑힌 그가 발렌시아가에서 오뜨 꾸띄르(맞춤 제작, 최고급 소재, 예술적 디자인, 한정판 제작 등 극소수 고객을 위한 고급 맞춤복)를 진행하면서 그의 재능이 한층 더 다양하게 보였습니다. 그리고 그의 다음 행보는 'GUCCI'였습니다. 가장 스트릿 한 디자이너 Demna에게 GUCCI를 맡겼습니다. 그의 새로운 디자인은 어땠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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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youtube.com/watch?v=Y7MgcDKBPpw&t=580s

이번 Gucci 컬렉션은 전통적인 런웨이 쇼가 아닌 **30분짜리 단편 영화 ‘The Tiger’**로 공개되었습니다.
쇼 대신 시네마, 모델 대신 인물 중심의 연출이 선택된 이유는 명확했습니다. Gucci는 이제 단순히 ‘패션 브랜드’가 아니라 ‘이야기를 전하는 매체’로 자신을 재정의하려는 듯했습니다. SNS에서는 컬렉션 룩북이 먼저 공개되었고, 그 안에서 사람들은 Gucci의 새로운 방향성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이전 시즌들과 달리 의상만으로는 해석이 쉽지 않았지만, 영화 속 인물들이 입은 옷들은 감정선과 함께 연결되어 더 깊게 읽혔습니다.

이런 형식은 단순한 화제성을 넘어서, Gucci가 다시 “무엇을 말하고 싶은가”에 대한 의도를 담고 있었습니다.



Tom Ford의 관능과 Demna의 구조가 만나다

이번 컬렉션의 의상들은 하나같이 ‘Gucci다움’과 ‘Demna다움’이 공존하는 형태를 띠고 있었습니다. Tom Ford 시절의 섹시한 감각이 실크 셔츠와 깊은 브이넥 드레스, 낮게 떨어진 허리선, 유려한 실루엣으로 되살아났습니다. 하지만 그 위에 놓인 비율, 길이, 재단은 확실히 Demna의 언어였습니다. Balenciaga에서 그가 보여준 극단적인 실루엣과 해체주의적 접근은 이번에는 한결 정제된 형태로 표현되었습니다.

예를 들어 어깨선의 구조는 여전히 과감했지만, 소재나 색감은 훨씬 부드럽고 현실적으로 조정되어 있었습니다. Gucci의 전통적인 코드 위에 Demna의 실험적인 감각이 더해지면서, 전혀 새로운 균형이 만들어졌습니다. 이건 단순히 ‘새로운 Gucci’가 아니라, ‘Gucci의 본질을 다시 꺼내 보려는 시도’에 가까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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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Pinterest / 관능적인 스타일이 Tom Ford가 보여준 모습과 비슷합니다.



화려함 대신 균형을 택한 시작

Demna의 Gucci는 파격적이라기보다, 의외로 안정적이고 조율된 출발이었습니다. 그가 Balenciaga에서 보여주던 도발적인 메시지나 풍자보다는, Gucci가 가진 헤리티지를 보존하는 데 초점을 맞춘 인상이 강했습니다. 이는 브랜드 입장에서도 중요한 선택이었습니다. Gucci는 최근 몇 년간 매출이 정체되며 이미지 리셋이 필요했고, 새로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통해 브랜드를 다시 ‘정상 궤도’에 올려야 하는 시점이었죠.

이번 컬렉션을 본 패션 저널리스트들은 한결같이 “조심스럽지만 정확한 방향”이라고 평가했습니다. 혁신적인 실험보다는, 브랜드의 중심을 다시 세우는 데 초점을 맞춘 컬렉션이었다는 것이죠. 덕분에 Gucci는 다시 화제의 중심으로 돌아왔습니다. 미국과 유럽 주요 매장에서는 해당 컬렉션의 일부 제품이 공개 직후 바로 품절되었고, 소비자 반응 역시 오랜만에 뜨거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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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Pinterest / Gucci의 헤리티지를 보여주는 룩



‘The Tiger’, 패션을 이야기로 풀어내다

“The Tiger”는 단순한 프리미어 영상이 아니었습니다. 가족, 상실, 재생, 그리고 연결이라는 테마를 상징적으로 담아낸 하나의 서사였습니다. Demna는 이를 통해 ‘의상이 감정을 전달할 수 있는가’라는 오래된 질문에 자신만의 답을 제시했습니다. 영화 속 배우들이 입은 옷들은 각각의 캐릭터를 설명하는 언어처럼 작동했고,

Gucci는 이 영상을 통해 패션이 이야기로 확장되는 순간을 보여주었습니다. 시청자들은 옷보다 분위기, 소재보다 감정선을 따라가게 되었죠. 이러한 연출은 Demna가 Balenciaga에서 보여주던 개념적 접근을 한층 더 감정적으로, 그리고 Gucci다운 방식으로 옮긴 결과였습니다.



앞으로의 Gucci, 그리고 Demna의 숙제

Demna의 Gucci는 이제 첫걸음을 뗐습니다. 이제 브랜드가 직면한 과제는 ‘지속성’입니다. 이번 컬렉션이 단발성 화제에 그치지 않고, Gucci의 정체성을 새롭게 확립하는 연속적인 흐름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에 모든 시선이 모여 있습니다. Gucci의 정체성은 언제나 전통과 반항 사이에 있었고, Demna는 그 두 축을 동시에 잡으려는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다음 시즌, 그는 이 균형을 유지하면서도 자신만의 색깔을 얼마나 더 뚜렷하게 보여줄 수 있을지가 관건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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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Pinterest



이번 컬렉션은 큰 소리로 변화를 외치지 않았지만, 그 안에는 분명히 Gucci의 새로운 리듬이 담겨 있었습니다. Demna는 Gucci의 유산을 지우지 않았습니다. 대신 그 위에 새로운 언어를 하나씩 쌓아 올렸습니다. 아주 조심스럽고 느린 방식이지만, 브랜드가 장기적으로 살아남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기도 합니다. Gucci는 지금 다시 ‘자기 자신’으로 돌아가는 길 위에 있습니다. Denma는 그 길을 인도하는 디자이너로 매력적인 컬렉션을 이어 나갈 것으로 예상됩니다.


1758599885_demna_gucci_1st_collection-png.jpg 출처 : Pinterest / 디자이너 Demna Gvasalia



마지막으로 Gucci 컬렉션을 참관하러 온 셀럽들의 스타일입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WCEaJW2q9g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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