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Table

단순한 스타일을 하는 이유

by Mickey


나이가 들수록 패션을 더 공부해 나갈수록 옷이 점점 단순해집니다. 정확히는 스타일이 단순해집니다. 오프 화이트 재킷에 비슷한 컬러의 니트, 그리고 블랙 팬츠에 부츠는 저의 유니폼이 되어버린 지 오래죠. 특별한 날은 이 스타일을 고수하고 그 외에 날에는 단순한 스타일로 입습니다. 화이트 반팔 티셔츠에 블랙 울 팬츠, 그리고 첼시 부츠를 신습니다. 그 위에 카디건이나 점퍼를 가볍게 걸칩니다. 어떤 아이템의 변주나 화려함이 없이 툭툭 걸칠 뿐이죠.

화면 캡처 2025-10-09 200852.jpg
화면 캡처 2025-10-09 200823.jpg
화면 캡처 2025-10-09 200427.jpg
출처 : 필자 / 왼쪽 - 가운데 화려했던 과거 클래식 복장, 오른쪽 - 단순해진 최근의 클래식 복장


옷이 단순해지는 건 오랜 시간 동안 스타일과 아이템에 대한 고민에서 만들어진 결과입니다. 매일 어떤 옷을 입을지 고민하는 것이 저의 20대 때부터 고민이었는데, 특히 패션 업을 하면서부터는 강박적으로 신경 쓰기 시작했습니다. 패션업을 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옷을 잘 입어야 한다는 사람들의 시선에 맞추기 위함이었죠. 화려한 클래식 스타일을 입을 때는 넥타이에 넥타이 핀, 서스펜더(멜빵)까지 하면서 화려한 스타일을 늘 해왔습니다. 그 화려함이 저의 업에 대한 표현이라고 믿었습니다. 나의 화려함이 곧 내 직업에 대한 능력을 다양하게 표현하는 방식이라고 생각했죠.


시간이 지날수록 스타일에서 하나씩 빼기 시작했습니다. 이유는 '귀찮음' 때문이었는데, 오히려 빼기 시작하니 스타일이 더 마음에 들기 시작했습니다. 넥타이를 풀고, 넥타이 핀을 빼고, 셔츠 대신 니트를 입는 순간 더 명료한 스타일이 되어갔습니다. 화이트 티셔츠에 블랙 팬츠, 그리고 첼시 부츠를 신으면서 명료한 스타일의 완성본을 만들어냈습니다.


단순한 이유로 시작한 단순한 스타일은 오히려 아이템에 대한 기준을 명확하고 높게 만들게 합니다. 하나를 구매하더라도 내가 마음에 드는 소재, 두께, 컬러, 핏 등을 모두 고려합니다. 그렇게 마음에 든 아이템은 최소 3~4장을 구매해서 돌려 입게 됩니다. 특히 '핏'은 그 아이템이 나에게 얼마나 잘 맞냐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내가 원하는 실루엣을 만들어주느냐에 만족도가 달라집니다.


그간 10년 넘게 스타일 고민과 다양한 시도가 겹겹이 쌓여 경험으로 만들어져 단순한 아이템과 조합으로 원하는 아웃핏을 만들어냅니다. 단순한 스타일로 입는다는 것은 오히려 더 고차원적인 아이템 하나하나에 대한 높은 나만의 기준을 설정하고 만들어낸 조합이라는 점에서, 단순하지만 치밀한 스타일입니다.

111c941c32cec6305877e12005cdd48b.jpg
74d77175503726902eea0a5d04abc6d6.jpg
출처 : Pinterest / 단순함, 하지만 핏으로 보여주는 매력


스타일을 잘 만들기 위해서 화려한 아이템을 겹겹이 쌓는 것보다는 덜어내고 단순화시키는 것이 더 멋진 결과물이 나옵니다. 그리고 그것을 알기 위해선 그만큼 내게 잘 어울리는 핏, 실루엣, 소재를 찾아야 합니다. 다양한 경험을 통해서 얻은 것만큼이니 단순하면서 멋진 스타일을 만들고 싶다면, 많은 경험을 해보시길 바랍니다. 아 물론 꼭 구매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우리에게는 피팅룸이 있으니까요.


bde380a48bc0ff42e1531e60782ae8bd.jpg
485fa09fe260eb2971341cbecf7365a4.jpg
f9c48b56d19ee113f871575e6e4c89cd.jpg
출처 : Pinterest / 단순한 스타일이 주는 매력력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뎀나의 구찌, 관능을 재해석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