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함을 이겨내는 방법
일요일 약속이 없으면 '도심 산책'을 합니다. 보통 오전에 출발해 오후에 들어오는 도심 산책은 평일에 못 가는 미술관이나 먼 거리의 백화점을 갑니다. 그리고 근처 거리를 몇 시간 걸으면서 맛집을 찾아 점심을 먹고 여유롭게 커피를 마십니다. 바쁘게 돌아가는 일주일의 마무리, 그리고 주말 간 진하게 마신 음주를 마무리하는 여유로운 혼자만의 시간이죠. 사실 다가오는 월요일의 불안함을 찬찬히 달래기 위함도 있습니다. 직장생활이 15년 차인데 여전히 월요일은 불안하고 싫은 편입니다.
그 도심 산책을 오랜만에 하게 되었습니다. 거의 3달 만에 하는 것 같습니다. 오늘은 경량 패딩 점퍼에 반바지를 입고 운동화를 신고 명동으로 나섰습니다. 평소 입던 옷이 아닌 매우 캐주얼하고 편안한 차림이었습니다. 꽤 오래 걸을 생각을 했었기 때문입니다. 평소보다 편한 차림인지라 명동에 위치한 여러 매장을 둘러보고, 책을 보러 영품문고에 들렀다가 오랜만에 명동교자에서 걸쭉한 칼국수를 먹었습니다. 2층 스타벅스에 앉아 생각을 정리할 겸 커피를 마시니 돌아올 시간이 되어 툴툴 털어내고 집으로 가는 버스를 타러 가는 길, 차가운 공기를 훅 느꼈습니다. 이제 진짜 겨울이 오는 느낌입니다.
한 해가 마무리 되어가는 이 시기를 좋아하지 않지만, 오늘의 차가운 공기는 행복했습니다. 오랜만에 나간 도심 산책에서 만난 즐거운 표정의 사람들과 따뜻한 음식, 그리고 잔잔한 커피 한잔의 여유는 불안함을 느낄 저를 달래주었습니다. 월요일의 불안함, 연말의 초조함은 언제나 다가오지만 이 작은 행복들이 겹겹이 쌓여 더 큰 책임과 문제에서 저를 조금이나마 위로해 주었습니다.
저의 불안함은 완벽해야 한다는 강박이 그 원인입니다. 그 완벽에 대한 강박은 해내지 못한 것에 대한 불안함을 키우고 있습니다. '하면 된다'라는 단순한 진리에 여전히 어려움을 느끼고 있는 저에게 '도심 산책'의 작은 행복이 '그거 참 별거 아냐, 그냥 해'라고 말해주는 듯합니다. 어떻게 보면 다른 사람의 시선을 많이 신경 쓴 저의 지난 모습이 떠오릅니다. 6년 전 글을 처음 작성할 때도 누군가의 비난과 비판을 예상했지만 일단 시작했기에 꽤 오랫동안 글을 쓸 수 있었습니다. 오랜 글쓰기를 한 덕분에 일간지에 2년 넘게 글을 써봤고 여러 단발성 기획 기사도 작성해 보는 운 좋은 경험들이 있었습니다. 그러니 이제 저도 남은 2달여간 이번 연도에 목표로 잡았던 것들을 해봐야겠습니다. 작게나마 시작하더라도 그 끝이 좋지 않더라도 분명 충분한 가치가 있을 것입니다. 하면서 힘들 때마다 '도심 산책'을 하면 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