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패션에 있어서 소재에 신경을 많이 쓰는 편입니다. 패션업을 하다 보면 결국 가장 중요한 건 '소재'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좋은 소재가 가진 광택, 촉감, 그리고 내구성까지 생각하게 되기 때문이죠. 특히 '울'소재를 참 좋아하는데, 그런 이유로 니트는 울이나 캐시미어를 좋아합니다. 그리고 이런 저의 취향을 잘 맞춰주는 브랜드가 '제이리움'입니다.
제이리움은 고급 퀄리티의 니트 제품을 판매하는 브랜드로 그야말로 올드머니 룩의 진수를 보여주는 곳입니다. 캐시미어 혼용 혹은 울 자체 소재로 퀄리티를 높이면서 가격은 그야말로 합리적인 나름의 가성비를 가진 브랜드입니다. 당장 보면 가격대가 높아 보일 수 있지만 퀄리티를 확인한다면 그렇게 느껴지지 않을 겁니다.
이번에 구매하게 된 제이리움의 카디건은 그간 찾았지만 없었던 아이보리 컬러의 라운드넥 카디건입니다. 남성복으로는 잘 출시되지 않는 중성적이고 고급스러운 컬러, 아이보리 카디건으로 이번 FW의 고급스러움을 만들어보려고 하는데요, 이 리뷰를 작성하면서 제이리움의 매력을 이야기해 봅니다.
제이리움(J-RIUM)은 언제나 화려함보다 조용한 품격으로 자신을 드러내는 브랜드입니다. 이 브랜드의 옷에는 불필요한 장식이 없습니다. 대신 소재와 실루엣, 그리고 입는 순간의 감촉이 모든 것을 말해줍니다. 매 시즌 출시되는 캐시미어 베이식 라인에서 아이보리 카디건은 제이리움의 정체성을 가장 잘 보여주는 옷이라 할 수 있습니다. 울에 캐시미어가 혼용된 원사는 손끝에 닿는 즉시 그 차이를 느끼게 합니다. 보드랍게 감기는 촉감 속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세심함이 숨어 있고, 그 부드러움은 마치 겨울 햇살 아래에서 공기를 스치는 듯한 고요한 따스함으로 다가옵니다.
캐시미어는 흔히 ‘시간의 섬유’라 불립니다. 한 마리의 산양에서 얻을 수 있는 양이 적고, 섬유가 가늘며 길고, 공기를 머금는 특징을 가지고 있지요. 그 덕분에 입는 분의 체온과 바깥공기 사이에 미세한 온도차를 만들어냅니다. 이런 균형감 덕분에 제이리움의 카디건은 따뜻하지만 결코 무겁지 않은 옷으로 남습니다.
이 카디건을 처음 마주했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라운드 네크라인의 곡선입니다. 단정하면서도 부드럽고, 간결하지만 시선을 잡아끄는 완성된 형태를 지니고 있습니다. 제이리움이 추구하는 ‘중성적인 미학’은 이러한 디테일 속에서 드러납니다. 남성과 여성의 경계를 흐리며, 누구에게나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실루엣. 버튼을 모두 잠그면 단정한 니트 톱처럼, 하나쯤 풀면 여유로운 카디건으로 연출됩니다.
이 라운드 실루엣은 보는 이로 하여금 묘한 균형감과 안정감을 느끼게 합니다. 과하지 않고, 모자라지 않은 그 사이에서 제이리움 특유의 세련된 공기가 흐릅니다. 유행은 언제나 바뀌지만, ‘잘 만든 기본’은 시간이 지나도 변치 않습니다. 제이리움의 크림 카디건이 바로 그런 옷입니다. 트렌드를 따르기보다 자신을 가장 편안하게 표현할 수 있는 옷, 그래서 시간이 흘러도 다시 꺼내 입게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좋은 옷의 기준은 계절에 한정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제이리움의 아이보리 카디건은 그런 의미에서 사계절을 함께할 수 있는 옷입니다. 두껍지도, 얇지도 않은 밀도감이 계절의 경계를 부드럽게 넘어섭니다. 한겨울에는 코트 안에서 포근한 이너로, 봄과 가을에는 단독으로 걸칠 수 있고, 초여름의 선선한 밤에도 어깨에 툭 걸쳐주면 그 자체로 멋스럽습니다. ‘언제 입어야 할까’를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은 늘 찾게 되는 매력적인 아이템입니다. 출근길에는 셔츠 위에 단정하게, 주말에는 티셔츠 위에 가볍게, 여행지에서는 어깨에 걸쳐 여유롭게 어떤 상황에서도 자연스럽게 녹아듭니다.
‘색’은 곧 ‘기분’이라고 말합니다. 제이리움의 아이보리 카디건은 단순한 흰색이 아닙니다. 베이지빛의 온기가 살짝 스며들어, 빛의 방향에 따라 따뜻하게 혹은 차분하게 변합니다. 이 컬러는 얼굴빛을 자연스럽게 밝혀주며, 어떤 옷과도 부드럽게 어우러집니다. 겨울철, 짙은 네이비나 차콜 코트 속에 이너로 매치했을 때 그 대비가 만들어내는 세련미는 놀라울 정도로 조화롭습니다. 오프 화이트 재킷 위에 살짝 걸쳤을 때, 톤온톤이 만들어내는 미묘한 깊이와 니트의 부드러운 선이 한층 우아한 인상을 완성합니다. 자연스럽게 묻어나는 자신감, 그 여유에서 비롯된 우아함이 만들어집니다.
요즘의 ‘럭셔리’는 더 이상 화려함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절제 속에서 드러나는 진정성이 진정한 고급스러움이 되었습니다. 제이리움은 바로 그 철학을 가장 잘 구현해 내는 브랜드입니다. 로고보다 소재로, 유행보다 실루엣으로 말하는 옷. 제이리움의 니트는 조용하지만 강한 인상을 남깁니다. 결국 이 아이보리 카디건은 그 어떤 로고도 없이 강한 매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또한 조용히 균형을 지키며, 과시하지 않아도 단정하고, 단정하지만 지루하지 않은 사람으로 만들어줍니다. 그런 분들께 가장 잘 어울리는 옷이 바로 제이리움의 카디건입니다. 누군가는 유행을 입지만, 제이리움을 입는 분은 시간을 입습니다. 이 부드럽고 우아한 카디건이, 저의 일상 속 온도를 조금 더 따뜻하게 만들어줄 것으로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