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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스킨, 부드럽고 단단한 매력

by Mickey


겨울이면 으레 코듀로이 팬츠를 꺼냅니다. 3~4년 전까지는 얇은 골의 밝은 컬러 코듀로이 팬츠를 입었다면 요즘은 골이 굵고 어두운 것을 입는 편입니다. 골이 굵으면 광택감이 커지면서 캐주얼함이 강해집니다. 과거에 드레시함을 조금은 더 편안하고 부드러운 캐주얼로 바꾸고 싶은 마음에 선택하게 되었죠.

그런 면에서 코듀로이 외에 다른 소재를 입고 싶어 졌습니다. 캐주얼하되 천연 소재여야 하고 (천연 소재에 대한 집착은 대단합니다.), 단단하지만 부드럽고 편안해야 차가운 바람을 잘 견딜 수 있을 겁니다. 이런 조건에 가장 잘 부합하는 소재가 있습니다. 바로 '몰스킨' 소재입니다.


몰스킨 소재는 Mole-skin이라고 해서 직역하면 '두더지 가죽'이라는 의미입니다. 실제 두더지 가죽은 아니고, 원단의 느낌이 두더지의 가죽처럼 보여서 붙은 이름이죠. 보통 혼용은 면 100%인 경우가 많은데 요즘은 스판이 섞인 소재도 많습니다. 매우 촘촘히 직조한 뒤 한쪽 면을 깎거나 기모 처리를 해서 부드럽고 스웨이드 같은 표면감이 특징입니다. 내구성이 좋으면서 착용감이 따뜻한 것이 가장 큰 매력입니다.


중세 유럽 시기에 튼튼하고 바람을 잘 막아주며 착용감이 나쁘지 않아 작업복에 쓰였다는 설이 있습니다. 특히 19세기 프랑스 산업 혁명 이후 거친 환경에서 근무해야 하는 노동자를 위한 작업복 원단으로 채택되었다고 합니다. 프랑스식 워크재킷인 '프렌치 워크웨어'에 몰스킨 소재가 많이 쓰이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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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무신사 스탠다드 / 부드럽고 약간의 기모가 올라온 몰스킨 소재의 특징


그러던 것이 최근 캐주얼 브랜드에서 몰스킨을 다양하게 사용하고 있습니다. 본래 워크웨어 혹은 남성복에서 주로 쓰이던 FW용 소재를 다양하게 나뉜 소재 가격대 (본래 가격대가 다소 높았습니다.)와 워크웨어의 캐주얼 진출 등이 겹치면서 더 다양한 스타일이 보이기 시작한 것이죠. 결국 '기능성'과 '워크웨어 감성'이 캐주얼로 들어오면서 몰스킨의 트렌드가 다가오고 있습니다.


몰스킨의 가장 큰 매력은 ‘질감’입니다. 표면에 기모 처리된 이 원단은 광택이 거의 없어, 색감이 주는 인상보다 질감이 만들어내는 깊이가 더 강하게 느껴집니다. 대부분의 몰스킨 소재는 살짝 워싱된 느낌이 들어 오히려 안정적인 질감이 특징입니다. 새 상품의 부담스러운 쨍하고 밝은 컬러가 아닌 톤다운 된 안정적이고 부드러운 컬러감이 돋보이는데 이는 질감에서 오는 것이죠. 이런 질감 덕분에 몰스킨은 화려한 디자인보다 오히려 절제된 실루엣과 어울립니다.

네이비, 카키, 올리브, 차콜 같은 중성톤이 잘 어울리며, 여기에 주머니나 스티치 같은 디테일이 살짝 들어가면 도시적인 워크웨어 감성이 완성됩니다. 스트리트 패션에서도 ‘톤 다운된 색감 + 텍스처 중심의 미니멀 스타일’로 몰스킨 아이템이 자주 등장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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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Pinterest / 몰스킨을 활용한 셋업(왼쪽)과 워크자켓(오른쪽)




지속가능성과 퀄리티 중심 소비가 패션 키워드로 자리 잡은 지금, ‘헤리티지 소재’의 부활은 자연스러운 흐름입니다. 나이젤 카본 (Nigel Cabourn) 같은 브랜드가 몰스킨을 즐겨 사용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한 벌의 몰스킨 재킷은 시간이 지날수록 색이 바래고 표면이 닳지만, 그 마모 자체가 스타일의 일부로 여겨집니다. ‘오래 입을수록 멋이 나는 워싱의 매력은 몰스킨 소재의 아이템이 오래도록 사람들에게 입혀질 수 있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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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Pinterest / 나이젤 카본의 몰스킨 소재 워크자켓



몰스킨을 경험하고 싶으시다면 우선 '팬츠'부터 입어보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빈티지한 느낌을 표현하고 싶다면 블랙-차콜-네이비 컬러 계열을 선택하여 밝은 아우터 그리고 이너를 선택하여 그 질감을 느껴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톤다운된 잔잔한 매력을 경험하고 싶다면 아이보리-크림 같은 밝은 계열을 선택하시면 좋습니다. 코듀로이 소재만큼의 따뜻함과 동시에 부담스럽지 않은 표면감, 그리고 톤다운된 은은한 매력이 겨울철에 입어도 무리 없는 팬츠입니다.


워크재킷을 고를 때는 조금 더 신중해지는 것이 좋습니다. 가격대가 조금 있는 편인데, 그보다는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오래 입어 생기는 워싱이 중요합니다. 때문에 본인이 평소에 잘 입는 컬러 혹은 다른 아이템과 맞춰 입기 좋은 컬러로 신중히 골라주세요. 오래 입기 위해선 화려한 포인트 컬러보다는 자주 입는 컬러로 선택하여 부담 없이 마구마구 입어주어야 몰스킨 소재의 매력이 금방 나타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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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SSF샵 슬로웨어 / 몰스킨 아우터의 매력, 오래될수록 깊어집니다.

추워지는 겨울, 울과 캐시미어 그리고 코듀로이 같은 매력적인 소재 사이에서 몰스킨은 단단하고 빈티지하며 부드러운 매력을 가진 또 다른 겨울을 위한 소재입니다. 아직 경험해보지 않으셨다면 이번 겨울은 다양하게 출시된 몰스킨 팬츠와 아우터 사이에서 자신에게 어울리는 컬러를 경험해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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