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쌓이는 작은 행복

2025년 11월 19일

by Mickey



퇴근길에 가끔 걸어갑니다. 아침 러닝을 못했고 퇴근길에 러닝을 할 수 없다면 걸어서라도 집까지 퇴근하는 것이죠. 필요한 운동량은 아니지만, 아예 하지 않는 것보단 좋기에 일주일에 한 번 정도는 하는 편입니다. 그렇게 걸으면서 평소에 보지 못했던 거리의 모습을 봅니다. 새로 오픈한 음식점, 사람들의 옷차림 등등 재밌고 새로운 것들이 눈에 쏟아져 들어옵니다. 제철 음식을 확인하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요즘은 '대방어' 시기이군요.


걸어 퇴근하는 길에 가장 즐거운 건 마트 할인 시간과 겹친다는 것입니다. 보통 8시 정도 이후에 방문하면 할인에 할인을 거듭하는 시간이 되는데, 이때 방문하면 평소 필요했던 것들을 구매하기 좋습니다. 당장 내일 먹을 점심 샐러드를 3,000원에 산다던가, 좋아하는 크로와상 빵을 1,500원에 구매할 수 있습니다. 안 그래도 구매하려 했던 올리브유가 1리터에 14,000원인걸 보고 냉큼 집고 나서 보니 레드 와인 40,000원짜리가 20,000원 할인을 하고 있습니다. 모두 같이 집어 들고 계산하고 무겁지만 가벼운 발걸음으로 집으로 향합니다.


최근 저는 작은 행복을 차곡차곡 쌓아나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인생의 행복을 온전히 못 느끼고 살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지금만 나아가면 더 행복해지겠지, 조금만 참고 일하면 연봉이 오르겠지 혹은 좋은 기회가 오겠지, 이 비싸고 좋은 옷을 사면 곧 행복해지겠지. 그 큰 것을 해내기 위해 혹은 얻기 위해 큰 값을 치렀고 또 고통의 시간을 보내왔습니다.

물론 행복을 얻기 위해선 어떤 과정이 필요한 것은 맞습니다만, 그것이 너무 원대하고 크고 멀리 있다면 과정이 고통스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그걸 깨닫는데 40년이 걸린 셈입니다. 그럼 결국 행복해지기 위해선, 그리고 지금의 삶을 영위해 나가는 이유와 더 멀리 있는 원대한 꿈을 이루어내기 위해선 지금의 행복도 놓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 저의 판단입니다. (물론 다양한 교수님들의 이야기 중 하나입니다. 행복 쌓기)


그래서 요즘은 작은 것에 행복과 만족을 느낍니다. 두 다리로 온전히 10km를 뛰고 왔을 때 만족, 할인된 가격으로 구매한 좋아하는 크로와상을 가졌을 때의 행복, 필요할 때 구매했던 경량 다운 점퍼를 거의 매일 같이 입으면서 느끼는 유용함과 만족. 세상에는 내가 만족하고 살만한 것들이 정말 많습니다.


5년 전 회사 스트레스로 인해 원형 탈모, 얼굴 마비, 이석증이 연달아 온 적이 있었습니다. 대기업을 다닌 다는 이유 하나로 아픈 구석 하나 내지 못하고 참고 견뎌야 했던 그때보다, 규모는 작지만 중견 이상의 지금의 회사에서 나를 인정해 주는 사람들과 나날이 바뀌는 아침 간식의 설렘, 그리고 새롭게 시작한 유튜브의 고단함이 주는 재미. 저는 이제 작은 행복을 겹겹이 쌓아가며 더 멀리 있던 크고 원대한 꿈으로 가려합니다.


작은 행복, 할인과 길거리의 새로움 등 내가 가질 수 있는 많은 행복을 오늘도 느끼며 출근하고 또 일을 합니다. 우리 모두 엄청난 부자가 되지 못하더라도 살면서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순간은 꽤 많을 겁니다. 모두 그 행복을 놓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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