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생일이었다.
휴대폰 알람이 아니었으면 그냥 지나쳤을지도 모른다.
나이 들어서 그런지 나도 깜빡깜빡한다.
급히 통장에 돈을 넣고 전화를 했다.
“오늘 브런치 먹자.”
엄마는 웃으며 좋다고 했다.
식탁에 앉은 엄마는 평소처럼 담담했다.
커피를 주문하고, 사진을 찍어달라는 엄마 앞에
휴대폰 카메라를 들었다.
그때 보였다.
엄마 머리에 꽂힌 낡은 핀 하나.
페인트가 벗겨지고, 철이 살짝 녹슬어 있었다.
“엄마, 왜 그런 핀을 하고 나왔어?”
나는 그 말이 툭 튀어나왔다.
생일날, 축하보다 지적이 먼저 나왔다.
엄마는 잠시 말이 없더니
“그만해라.” 하고 정색했다.
식탁 위로 어색한 공기가 흘렀다.
나는 알고 있다. 엄마 서랍 속에는 고급 핀이 가득하다는 걸.
“나중에 써야지.”
엄마는 늘 그렇게 말한다.
그 ‘나중’이 언제인지 묻고 싶지만 차마 묻지 못한다.
엄마는 새것보다 헌것을 아낀다.
헌 옷, 헌 가방, 헌 머리핀.
그 속에 세월이 묻어 있으니까.
나는 그날,
‘그런 것도 안 사주는 딸’이라는 마음을 피하고 싶어
괜히 큰소리를 쳤다.
엄마의 마음보다 내 체면이 더 앞섰다.
집으로 돌아오면서 문득 깨달았다.
엄마의 머리핀을 내가 사준 게 아니었다.
그건 엄마가 스스로 선택한 삶의 모양이었다.
엄마 삶에는 오래된 것들이 단단하게 버티고 있다.
낡은 옷, 오래된 냄비, 닳은 가위, 색 바랜 이불.
그 모든 것엔 손때가 묻어 있다.
버리지 못한 게 아니라,
그 안에 묻은 시간을 놓지 못하는 거다.
이제야 안다.
엄마는 새것보다 오래된 것들 속에서
자신을 지켜오고 있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