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마르트르 언덕에 가는 날 아침, 숙소에서 나갈 채비를 하는 동안에도 어느 길로 갈지 계속 고민해야 했다. 대개의 경우 사크레쾨르 성당의 정면을 보며 올라가는 것 같았는데, 성당의 정면을 보며 언덕을 올라가는 길에 억지로 팔찌와 같은 기념품을 사게 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얘기가 있어서 가급적 그 길을 피하고 싶었다. 파리 북역 근처를 지나야 한다는 것도 마음에 걸렸다. 결국 길을 좀 돌아 사크레쾨르 성당의 오른편을 바라보며 언덕을 올라가기로 했다.
루브르 박물관을 지나 가르니에 오페라 극장까지 간 후에 극장을 바라보며 왼쪽길로 들어서 몇 킬로미터를 걸은 후에 언덕에 도착했다. 경사로를 따라 한적한 주택가를 지나자 멀리 사크레쾨르 성당의 둥근 돔이 나타났는데, 이때부터 골목 곳곳에 분위기 있는 카페와 레스토랑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이 편안한 느낌의 골목에는 억지로 뭘 파는 사람들도 없었다. 정오의 따뜻한 햇빛을 즐기며 천천히 골목을 걸었다. 성당 바로 옆까지 가자 화가들이 벌여놓은 노점들이 모여있는 작은 광장이 나타났다. 지나가는 사람들의 초상화를 그려주는 모습이 이 운치 있는 동네의 분위기와 잘 어울렸다. 나도 몽마르트르 언덕에 온 기념으로 내 초상화를 하나 남길지 여부를 놓고 진지하게 고민했는데, 가격도 비싸고 시간도 많이 걸릴 것 같은 데다 지나다니는 사람들이 쳐다보는 앞에서 어색한 표정으로 앉아있을 자신이 없어 포기했다.
몽마르트르 언덕의 한가운데 서있는 사크레쾨르 성당은 겉보기엔 이슬람 사원 같았지만 안에 들어가 보니 성당이 확실했다. 둥근 천장에서 금빛으로 번쩍이는 예수님이 두 팔을 벌리고 지켜보는 가운데 바로 아래에서 신부님이 미사를 집례 하는 모습은 황홀하기까지 했다. 사크레쾨르 성당의 바로 옆에는 또 다른 작은 성당이 있었는데 사크레쾨르 성당과는 정반대의 분위기였다. 오래된 성당의 내부에는 화려한 볼거리가 없었고, 볼 게 없어서인지 방문객들도 거의 없어 조용했다. 성당의 문을 열고 들어서자 멀리 맨 앞 강단이 있는 곳이 햇빛을 받아 환하게 빛나고 있었는데, 처음 그 모습을 봤을 때 마치 신의 은총이 강단을 비추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복도를 따라 강단 앞까지 천천히 걸어가며 거룩한 장소를 내가 더럽히게 될까 봐 나도 모르게 조심스러워질 수밖에 없었다.
사크레쾨르 성당의 앞으로는 파리 시내를 내려다볼 수 있는 전망대가 있었다. 성당에서 전망대로 내려가는 계단에서 한 음악가가 하프를 연주하고 있었는데, 나긋하고 감미로운 멜로디가 언덕을 더 낭만적으로 만들었다. 그 분위기에 취해 나도 한참 동안 전망대에 머물며 천천히 파리의 풍경을 음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