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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수연 Aug 15. 2024

나는 무엇을 안내하는가?

웨이트 트레이닝을 지도하는 이유

봉화에 왔다. 오는 길, 숙소에 머무르며 애인 현경과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직업에 관한 이야기가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어떤 이야기를 하고 있을 때였는지 모르겠다. 잠시 내 생각이 멈췄던 기억만 어렴풋이 남아있다. '나는 무엇을 안내하는가?'. 자고 일어나 봉화 고택 사이사이를 달리며 생각해 봤다. '과연 나는 웨이트 트레이닝을 안내하고 있는 것이 맞는가?' 짐을 싸 숙소를 벗어났고 식사 후 카페에 왔다. 글을 쓰고 싶었다. 이틀간 떠오른 두 가지 질문에 대한 이야기로 말이다. 공책을 펴고 적어 내려갔다. 아직 정리가 되지는 않았다. 실마리가 보이는 정도다.


고민을 해본 끝에 확실해진 것은 웨이트 트레이닝을 안내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룹 트레이닝과 퍼스널 트레이닝을 웨이트 트레이닝 기반으로 진행하고 있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 그럼 저 고민의 속내까지 들춰보기로 한다. '결국 정수연은 웨이트 트레이닝을 통해 무엇을 전하고 싶은 것일까?' 당연히 단 하나의 사실, 단 하나의 가치는 없을 것이다. 정수연 트레이너의 웨이트 트레이닝 안내관을 펼쳐 놓고 보기로 한다. 그렇게 다양한 면을 발견해 보기로 한다.


공책에 주저리주저리 혼자 떠들다 보니 몇 가지 정리되는 것들이 있었다. 첫 번째는 '누구나 할 수 있다.'이다. 내가 꾸준히 웨이트 트레이닝을 즐길 수 있었던 이유기도 하다. 뻣뻣한 나도 할 수 있는 운동이다. 꾸준히 하다 보니 발목을 잡았던 요소들도 해결되어 왔다. 잘 안 되던 스쾃도 충분히 앉을 수 있게 되었다. 한 개도 힘들던 턱걸이도 여러 개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렇게 웨이트 트레이닝은 나에겐 '누구나 할 수 있는'이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두 번째는 '성장'이다. 회원님들이 성장하는 모습에 기뻐하고, 전 주보다 조금 더 잘하게 되는 나를 보며 웃는다. 글을 써내려 가다 보면 나는 이 성장이라는 단어에 진심이라는 것을 느낀다. 세 번째는 '주체성'이다. 회원님들의 홀로서기를 바랐던 퍼스널 트레이너였고 지금도 회원님들이 능동적으로 움직이길 바란다. 건강한 개인이 건강한 관계를 만들 수 있다는 믿음이 내겐 존재한다. 나는 회원님들이 웨이트 트레이닝을 통해 '주체성'을 가져가길 바란다. 원리를 통해 스스로 운동을 이해하길 바란다. 자신의 몸에 더 귀기울여보 길 바란다. 그것이 또한 삶의 태도가 되길 바란다. 네 번째는 '삶'이다. 웨이트 트레이닝 그리고 운동은 작은 '삶'이라고 생각하는 요즘이다. 운동을 통해 성장해 나가는 과정에서 '삶'의 태도를 배운다. 고통 속에 행복이 피어난다는 것, 굴곡이 있다는 것 등 운동이라는 작은 삶이 우리에게 전하는 메시지가 많다. 그리고 웨이트 트레이닝은 삶의 도구가 되어준다. 우울한 날 스트레스를 해소시켜 주는 친구가 되어준다. 체중을 줄인다거나, 건강검진의 결과가 좋아진다거나 하는 건강 목표로 다가갈 때 유용한 도구가 되어준다. 충실히 삶을 살고 싶을 때 하루를 규칙적으로 열어주거나 닫아주는 문이 되어주기도 한다. 


사실 난 그저 많은 사람들이 아니 내 주변 사람들이 건강하길 바라는 것뿐일지도 모른다. 주체적으로 선택하는 삶을 살고, 타인에게 기대는 것이 아닌 나 스스로 걸어가는 삶을 살길 바라는 것. 그 안에서 신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긍정적이며 충분히 탄력적이길 바라는 것. 웨이트 트레이닝 속에 이러한 가치를 담아 보내고자 하는 것이 정수연의 안내가 아닐까?


아직 이 고민은 마무리되지 않았다. 트레이너 직업을 이어나가는 동안 이따금씩 되돌아볼 생각의 조각들. '나는 무엇을 안내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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