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너 별로 안 좋아해. 우울아.
한 없이 우울해지는 그럴 때가 있다.
우울은 생각보다 자주 찾아온다.
별로 반기고 싶지 않음에도 익숙한 듯 우울이 앉을 수 있게 방석을 깔아준다.
마음의 방에 앉은 우울을 어떻게 다뤄야 할지 여전히 모르겠다.
차를 내와야 하는 건지. 술상을 차려줘야 할지. 친구들을 불러야 할지. 관심을 꺼야 할지.
우울은 차를 마시면 나른해진다. 일어날 생각 없이 내 마음속 가장 따듯한 곳에 찾아 눌러앉는다.
술상을 차리면 우울은 점점 부풀다가, 소리를 지르고, 얼굴이 시뻘게져서 이내 화장실로 뛰어간다. 신기하게 우울이 화장실을 가면 내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친구들을 불러서 우울과 놀다 보면, 우울은 의기소침해진다. 이윽고 친구들이 가야지 자기를 돌봐주지 않았다고 방방 뛰어다녀 방을 어지럽힌다.
우울을 상대하지 않으면 우울은 내 마음의 다른 방을 휘젓고 다닌다. 어쩌다 행복과 우울이 만나면 두려움이 탄생한다. 그 두려움은 아쉽게도 행복보다 우울을 닮아 처치가 곤란해진다.
여전히 어떻게 다뤄야 할지 모르겠다.
그래서 그냥 바라본다.
가만히 있다가 지쳐서 집으로 돌아갈 때까지. 더 이상 나는 너에게 해줄 게 없다는 게 느껴지도록.
그렇게 우울이 돌아가면 좋아하는 노래를 틀고, 방청소를 한다.
조심스레 창문을 열면 우울은 생각보다 멀리 가지 않았다.
어쩌면 다시 돌아오는 것 같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