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 분석가의 미래
AI의 열기가 사그라들지 않는다. AI 활용이 단순히 가능성으로만 점쳐지던 것이 불과 5~6년 전인 것을 감안하면 정말 빠른 시간에 AI가 발전하고 있다. 이렇게 빠른 속도로 발전하는 AI에 대처하는 사람들의 반응은 다 제각각이다. 누군가는 AI의 발전에 단순히 두려움을 느끼고 끝나지만, 누군가는 AI를 활용하여 업무 생산성을 높이고자 하고 있고, 또 누군가는 새로운 AI를 만들고자 하고 있다. 분명 AI는 지금 우리 삶에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렇다면 AI 시대에 가장 영향을 많이 받는 직업군은 누구일까? 무조건 AI를 개발하고 관리하는 사람들일 것이다. 이 사람들은 모두 AI의 발전을 두 손 들고 환영할 확률이 높다. 하지만 이와 비슷한 듯 다른 필드에 일하는 사람들은 조금 다른 시각을 가질 수밖에 없다.
AI가 분석도 다 해주는데, 데이터 분석가도 다 AI에 대체되는 것 아니야?
흔히 AI 기술하면 ChatGPT와 같은 LLM 모델이나 이미지 생성, 합성과 같은 기술들을 많이 떠올리곤 한다. 하지만 Machine Learning이라고 통칭되는 모든 모델들은 전부 AI의 범위 안에 있다고 볼 수 있으며 이 안에는 텍스트, 이미지 활용뿐 아니라 수치형 데이터를 활용하는 영역까지 존재한다. 이를 감안하면 AI 개발자 외에 AI와 가장 가까운 곳에서 사는 사람들은 데이터 과학자, 데이터 분석가들이라고도 할 수 있다. 다만 일방적으로 좋은 AI를 만들고 이것이 널리 배포되기를 바라는 AI 개발자와는 달리 데이터 과학자와 데이터 분석가는 AI를 바라보는 시선이 복잡할 수밖에 없다.
우선 데이터 과학자들 역시 AI를 만든다. 스팸 메일 분류, 콜 타겟팅 등 이미 우리 생활에 많은 부분은 Machine Learning이라는 기술의 AI로 이루어지고 있으며 이는 수많은 데이터 과학자와 분석가들의 작품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모델을 만들거나 데이터를 분석하고 패턴을 파악하는 것, 즉 데이터 분석가의 본질적인 업무에 AI가 활용될 수 있다. 그리고 몇몇 영역에서는 이미 사람보다 AI가 분석적으로 더욱 뛰어난 측면을 이미 보여주고 있다. AI를 만들기도 하지만 AI에게 대체되기도 하는 데이터 분석가 입장에서는 AI를 바라보는 시선이 오묘할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자연스레 데이터 분석가 역시 미래에는 AI로 대체되는 것 아니냐는 물음이 따라올 수밖에 없다.
지금 당장은 어렵습니다. 먼 미래는 아무도 모릅니다.
하지만 데이터 관련 여러 분석과 모델링 업무를 해오며 이 주제에 대해 하나 확신을 가지는 것이 있다. 바로 지금 당장은 AI가 데이터 분석가를 절대 대체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일반적인 직장인들처럼 데이터 분석가 역시 업무에 AI를 활용하여 업무 생산성을 높이고 있을 뿐 일 자체가 AI로 대체되는 것은 아직 시기상조라고 볼 수 있다. 사람들은 AI에 숫자를 집어넣기만 하면 분석 결과를 다 추출해 주는 만큼 데이터 분석가는 AI에 의해 대체될 1순위 직업으로 생각하기도 한다. 하지만 실제 데이터를 분석하다 보면 "A 그룹이 B 그룹보다 더 평균 수치가 높아요."와 같이 단순히 숫자를 비교하는 것은 목표를 이루기에 한참 모자를 때가 대부분이다.
AI로 특정 업무를 대체할 수 있는지 아닌지에 대해 고민할 때 우리가 가장 중요하게 바라보아야 하는 점은 그 업무가 단순 작업의 반복인가를 파악하는 것이다. 라벨에 부착된 위치를 보고 지정된 장소에 물건을 옮기기만 하는 일은 AI와 로봇이 대체하기 쉽다. 하지만 문맥에 맞추어 상황을 해석하고, 우리에게 필요한 정보가 무엇인지 선별하며 이를 주요 기준에 따라 구분하여 바라보는 것은 너무 복잡하다. 특정 몇 가지의 규칙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이러한 내용이 전형적인 복잡하며 인간의 판단이 필요한 영역이다. 그리고 이러한 업무를 생각할 때 대표적으로 떠오르는 것이 데이터 분석 업무이다. 어떤 데이터를 왜 그리고 어떻게 보아야 할지는 AI의 학습으로 파악하기에는 너무 어려운 내용이다.
생각해 보면 지금 당장 AI가 대체할 수 있는 일자리는 많지 않습니다.
이는 비단 데이터 분석가에만 국한된 이야기는 아니다. 과거 AI가 막 발전하기 시작한 초기에 많은 사람들은 겁을 먹었다. AI가 이렇게까지 빠르게 발전하는데 내 일자리는 물론이고 사회 각각의 역할이 다 AI로 대체되는 것은 아닌지에 대해 두려움을 가지곤 했다. 하지만 현재 AI가 완전히 대체한 일자리와 그렇지 않은 일자리를 생각하면, 대체되지 않은 일자리의 비율이 훨씬 많다는 것을 쉽게 체감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사회의 대표적인 전문직으로 손꼽히는 의사의 질병 판단, 판사의 범죄 판단 등도 AI가 쉽게 대체할 것이라 예상한 사람들이 많았지만, 분명히 AI는 도움을 주는 수준에 그쳐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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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의 일자리 대체라는 주제에 대해 대부분 사람들의 걱정이 기우일 뿐일 수밖에 없음은 크게 두 가지의 이유가 있다. 먼저 앞서 말했듯 우리의 일자리는 생각보다 단순하지 않은 업무가 많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과업을 AI가 학습하기에는 아직 우리의 데이터 시스템이 그렇게 완벽하지 않다. 두 번째 이유는 AI로 일자리를 대체하는 것에는 사회적으로 고려해야 할 것이 많다는 것이다. 일자리와 소득, 실수와 책임, AI윤리, AI의 정확성, 기반 시스템 등 우리 사회는 아직 AI를 영화처럼 활용하기에는 보완해야 할 점이 많다. 이 모든 것을 논외로 하고 당장 AI로 우리 일자리를 대체하는 수준까지 대체하는 용감한 CEO는 없을 것으로 생각이 든다.
데이터 분석 업무에 AI를 적절히 활용하는 것이 좋은 데이터 분석가입니다.
다시 데이터 분석가 이야기로 돌아와서, 그렇다면 데이터 분석가 입장에서 어떻게 AI를 바라보고 대하는 것이 바람직한가에 대해 생각을 해볼 수 있다. 정답은 명확하다. 어차피 AI가 완전히 분석 업무를 대체하지는 못하지만, 특정 영역에는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은 팩트이므로 적절히 AI를 잘 활용하기만 하면 된다. 바꿔 말해서 AI가 데이터 분석가를 대체하는 것은 당장 어렵겠지만, AI를 어떻게 활용하는가에 따라 그 데이터 분석가의 역량과 가치는 천차만별로 차이가 날 가능성이 있다. 데이터 분석 영역에 있어서 AI를 활용할 여지가 너무도 많기 때문이다.
보통 데이터는 SQL을 통해서 추출한다. 그리고 SQL을 포함한 코딩 영역은 대표적으로 AI가 압도적인 성과를 보여주고 있는 분야이다. 내가 굳이 어려운 코드를 짜며 이런저런 시간을 보내기보다는 이 부분에 있어 AI의 도움을 받아 효율을 높일 수 있다. 또한 데이터 분석가는 늘 마지막 분석 결과를 어떻게 보여줄지 고민한다. 그것이 대시보드던 하나의 테이블이던 디자인 적인 측면을 무시할 수는 없다. 그리고 이 부분 역시 AI가 큰 강점을 발휘하는 분야이다. 일일이 A4용지에 최종 결과를 그리기보다는 AI로부터 여러 샘플을 받아 보는 것이 훨씬 효율적일 수 있다. 그 외에도 가설 수립, 분석 피드백, 기초 통계 확인 등 AI를 어떻게 활용해 나갈지를 고민하는 것이 좋은 데이터 분석가가 되기 위한 하나의 역량이 될 수 있다.
데이터 분석은 정답이 없는 업무입니다.
데이터 분석을 하는 것에는 정답이 없다. 같은 데이터를 받아도 여러 가지 방식으로 분석을 수행할 수 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에 정답은 없다. 이 방식이 맞고 저 방식도 맞다. 이 사실은 AI 시대를 살아가는 데이터 분석가라면 반드시 명심해야 한다. 데이터 분석에 정답은 없다. 그렇기에 정답 데이터로 모든 것을 판단하는 AI한테 당장 모든 분석을 일임할 수는 없다. 분석 설계와 스토리텔링, 한 단계 깊은 해석은 모두 인간이 해야 한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정답이 있는 영역이 있다. 코딩에는 정답이 있다. 틀리면 오류가 난다. 시각화 생성에는 정답이 있다. 틀리면 그래프가 왜곡된다. 이 사실들을 기반으로 데이터 분석가가 여겨야 할 마음 가짐을 다시 한번 스스로 고민하는 사람이 많아지기를 희망한다.
※ 평소 빅데이터/인공지능에 궁금한 점이 있어 답변을 원하는 내용이 있다면 공유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