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려에 대한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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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주: 어제 발행한 글의 자매글입니다.
창가에 앉아
아직 뜨지 않은 달빛을
손바닥에 쥐고 있었다.
보이지 않는 그 빛을
더 환히 만들겠다고
나는 끊임없이 손가락을 움직였다.
그러나 움켜쥔 것은
달빛이 아니라 허공,
아직 오지 않은 내일의 그림자였다.
그 사이,
테이블 위에 내려앉은
따뜻한 찻향이 식었고
창문 틈새로 스미던 산들바람이
어깨 위에서 사라졌다.
나는 그제야 깨달았다.
그림자를 붙잡으려 애쓰는 동안
지금 내 곁에 누웠던
햇살과 향기와 바람이
하나씩, 하나씩
조용히 걸음을 옮겼다는 것을.
나는 그제야
빈 그릇을 뒤집어
하늘을 담는다.
그 안에 흐르는 따뜻한 빛,
바람의 숨결,
그리고 지금 여기의 평화가
조용히 나를 안아주었다.
달빛은 스스로 떠오른다.
나는 다만
앙상한 손을 내려놓고
지금 내 곁에 흐르는
온기를 품으면 되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