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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중 자유 06화

삶이 우리를 놓치지 않도록

바람이 지나는 자리

by 앙티브 Antibes

작가 주: 어제 발행한 글의 형제/자매 글입니다.

https://brunch.co.kr/@juanlespins/346



바다는 말없이

푸른 숨을 내쉬고

한 척의 흰 돛이 느리게,

아주 느리게

빛 위를 건넌다


바람이 부는 쪽에
작은 돛을 올린다
흘러가는 건 바다가 아니라
나를 지나칠 삶이다


우리는 떠난다
멀어지기 위해서가 아니라
머물기 위해

흘러가 버릴 순간 속에
발을 담그기 위해


바람이 이마를 스치고
낯선 골목의 그림자가
낮고 긴 노래를 부르면

잊고 있던 내 이름이
조용히 깨어난다


돌아와도 그 날의 바다는
내 안에서 물결치고
그 물결은 회색 하루를
푸른빛으로 적신다


삶은 묻지 않는다
기다려주지도 않는다


그러니 오늘,
바람이 부는 쪽으로
돛을 올리자


그 항해가 짧더라도
그 순간만큼은
삶이 우리를
놓치지 않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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