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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션 제이 Dec 09. 2021

승강제

프로 야구에는 왜 프로 축구처럼 승강제가 없을까

  프로 축구 우승팀이 결정됐지만 아직 시즌이 끝난 것은 아니다. 정말 중요한 경기가 남아있다. 승강 플레이오프. 해당 팀으로서는 다음 시즌부터 뛰게 될 리그가 바뀔 수도 있는 ‘운명의 대결’이다. K리그 1의 최하위 강원 FC는 잔류를 위해, K리그 2 우승팀 대전 시티즌은 승격을 위해 마지막 남은 힘을 쥐어짜고 있다. 글을 쓰는 시점에서 첫 경기는 대전의 승리.

  이런 것을 보면 프로 축구에 비해 프로 야구는 좀 더 ‘속 편한’ 리그로 보인다. 꼴찌를 해도 다음해에 소속 리그가 바뀌는 경우는 없으니까. 물론, 감독이나 코치가 경질되거나 선수가 트레이드 되는 경우는 있어도. 프로 축구와 프로 야구의 이런 차이는 어디에서 온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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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 프로 야구에는 프로 축구처럼 승강제가 없을까


  대개의 프로 축구는 1부 리그에서 성적이 나쁘면 이듬해에는 2부 리그에서 뛰어야 한다. 반대로 2부 리그에서 1부 리그로 올라오는 팀도 있다. 승강제(昇降制) 때문이다. 반면 프로 야구에서는 10개 구단 가운데 꼴찌를 해도 다음해 여전히 같은 리그에서 우승 경쟁을 펼칠 수 있다. 야구에는 퓨처스 리그라는 2군 리그가 있지만 이는 각 구단이 운영하는 2군 팀들 간의 리그일 뿐 승강제와는 상관없다. 프로 농구, 프로 배구도 승강제가 없기는 마찬가지다.

  승강제는 미국을 제외한 대부분 국가의 프로 축구 리그에 도입된 제도다. 유럽에서는 축구뿐 아니라 농구나 야구에도 승강제를 도입한 리그가 있다. 이에 반해 미국에서는 프로 야구뿐 아니라 프로 농구(NHL)나 프로 풋볼(NFL), 아이스하키(NHL), 축구(MLS)에서 승강제가 없는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운영된다.

  양쪽 모두 나름대로 잘 운영되고 있는 것을 보면, 어느 쪽이 맞고 어느 쪽이 틀린 문제는 아니다. 선택의 문제일 뿐. 이런 차이는 어떻게 생겼을까?

  승강제가 생긴 이유는 비교적 간단하고 명확하다. 너무 많은 팀들이 한 리그에서 뛸 수 없었기 때문이다. 승강제의 기원이 된 잉글랜드 프로 축구는 이미 1889년에 12개 팀씩 2개의 클래스(class)를 두기로 합의했다.

  애당초 프로 팀이 아니라 클럽을 중심으로 발전한 축구에서 팀을 새로 만드는 것을 제한할 수 없었고, 그렇다고 이렇게 생긴 팀들을 하나의 리그에 몰아넣을 수는 없었으므로 승강제라는 제도가 고안된 것이다. 잉글랜드 축구 리그가 아마추어와 프로가 혼재하는 축구 협회(FA)라는 거대 조직에서 발전해 나간 점도 승강제 정착에 한몫을 했다. 무엇보다 팀이 리그를 옮기는 데 거부감이 없었다.

  미국에서 태동한 프로 야구는 폐쇄적인 프랜차이즈 시스템이 기본 운영 방침이다. 1869년 조직된 미국 최초의 프로 야구팀 신시내티 레드스타킹스(Cincinnati Red Stockings)가 폭발적인 인기를 얻으면서 그뒤를 이어 프로 팀들이 앞다퉈 창단되었다. 이들이 모여 1875년 내셔

널 리그라는 프로 리그를 만들었다. 이즈음 내셔널리그를 제외하고도 많은 군소 리그들이 탄생했지만 결국은 내셔널 리그에 평정되었다.

  1901년 출범한 아메리칸 리그만이 내셔널리그의 팬을 빼앗으며 경쟁자로 성장했다. 각각 8개 팀으로 시작한 내셔널 리그와 아메리칸 리그, 이 양대 리그는 메이저리그(MLB)를 구성하며 자신들의 ‘밥그릇’을 공고히 했다.

  진입 장벽이 높다 보니 폐쇄적인 리그 운영이 보장되었다. 굳이 승강제 따위를 도입할 이유가 없다. NFL, NBA 등 다른 프로 스포츠의 발전 과정도 비슷하다. ‘그들만의 리그’를 벌이기 때문에 박진감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었지만, 드래프트를 통해 팀 전력의 평준화를 꾀하고 플레이오프(Play Off) 제도를 도입해 이런 단점을 상쇄하면서 리그의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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