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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션 제이 Mar 18. 2022

화이트 데이

‘화이트 데이’의 ‘화이트(White)’는?

  3월이면 편의점 한쪽 진열대를 사탕으로 가득 채웠던 화이트 데이의 분위기가 올해는 좀 덜 달궈졌던 것 같다. 창궐하는 코로나19의 영향이었을까. 아니면 기념일을 빌미로 ‘수줍은 고백’을 하던 세태가 바뀌어 모바일 선물하기와 채팅으로 ‘행사’를 대신하기 때문일까.

  그래도 짝사랑을 짝사랑으로 남기고 싶지 않은 누군가는 여전히 밸런타인데이 또는 화이트데이를 절호의 기회로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숨죽이고 참아왔던 속내를 드러내는 기회로.

  그런데 이 날들은 어디서 튀어나온 것일까. 밸런타인데이는 원래 서양에서 유래한 ‘사랑의 명절’이라고 치자. 화이트 데이는 그야말로 정체불명, 국적불명의 기념일처럼 보인다. 도대체 ‘화이트’라는 이름부터가 뭘 의미하는 것일까.     


  밸런타인데이 초콜릿이 원래부터 있던 명절에 상술(商術)을 끼워 맞춘 것이라면, 밸런타인데이의 ‘상대역’을 맡은 화이트 데이는 그야말로 상술이 만들어 낸 명절이다. 여성이 남성에게 초콜릿을 선물하는 밸런타인데이와 반대로 화이트 데이에는 남성이 여성에게 사탕을 선물한다. 밸런타인데이에 초콜릿을 선물 받은 남성이 여성의 고백을 받아들일지를 결정하는 날로 통용되고 있기도 하다. 초콜릿을 선물 받고도 사탕을 주지 않는다면, 여성의 애틋한 고백은 산산조각이 나는 셈이다.

  그런데 왜 이런 날의 이름이 화이트 데이일까? 사탕이 모두 흰색인 것도 아닌데. 밸런타인데이 초콜릿이 일본에서 시작된 것과 마찬가지로 화이트 데이의 사탕 풍습도 일본에서 비롯되었다. 화이트 데이의 공식적인 효시는 1980년 3월 14일로 본다. 이날이 일본 전국 사탕 과자 협동조합이 1978년 결성한 ‘화이트 데이 위원회’가 지정한 첫 기념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 대학교 밀리 크레이그 교수는 그보다 1년 빠른 1979년 3월 14일에 화이트 데이가 시작된 것으로 보기도 한다. 1977년 후쿠오카 제과점 ‘이시무라 만세이도(石村万盛堂)’가 마시멜로(marshmallow) 판매를 위해 만든 ‘마시멜로 데이’ 이벤트

가 주변으로 퍼졌고, 그로부터 2년 뒤에 화이트 데이로 발전했다는 것이다.

밸런타인데이에 받은 사랑의 초콜릿을 ‘하얀 마음(마시멜로)’으로 감싸 돌려준다는, 그야말로 원초적인 방식의 마케팅 전략이었지만 결과적으로는 성공했다. 일본 전국 사탕 과자 협동조합은 마시멜로를 사탕으로 치환해 ‘화이트 데이는 사탕을 선물하는 날’이라는 새로운 공식을 만들었다.

  그런데 화이트 데이가 이보다 몇 년 앞서 시작되었다는 기록도 있다. 1973년 제과업체 후지야(不二家)가 마시멜로 제조사인 에이와(エイワ)와 손잡고 벌인 ‘화이트 데이 캠페인’이 그것이다. 후지야 역시 밸런타인데이 한 달 뒤인 3월 14일을 화이트 데이로 잡았다. 이시무라 만세이도의 마시멜로도 이 영향을 받은 것이 아닌가 추정된다.

  어떤 경우건 처음에 화이트 데이의 주역은 마시멜로였다. 이후 많은 제과점들이 판촉에 동참하면서 선물의 범위가 사탕까지 확대되었다. 지금은 사탕뿐 아니라 여성들이 선호하는 화장품이나 향수 같은 선물을 주고받는 날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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