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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글에서 이어집니다.
예전 호캉스 하던 기분으로, 즐거운 마음으로 호텔로 알바를 하러 출발했습니다.
아직 쓰진 않았지만 땡볕에서 지저분한 공장 같은 곳에서 무거운 짐 나르고 쌓는 상하차보다 훨씬 낫겠지 하는 마음이었지요.
알바를 하러 간 곳은 호텔의 A 팀이었습니다.
호텔에서 분담된 여러 팀 중 하나였습니다. 이런 것도 팀이 있나 했는데 일을 해보니 팀이 있어야 겠다는 생각을 했고, 역시나 업체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인력 파견이나 섭외 업체도 있어서 알바생들을 모집해서 그때 그때 써야 하기도 했구요. 너무 특정될 수 있어 일단 A 팀이라고만 하겠습니다.
연락하며 처음부터 썩 기분이 좋지 않았습니다.
알바생인지 구분하기 위해 옷 색깔을 맞춰 오라는 것 까진 이해가 되었지만,
고객들 다니는 정문이 아닌, 직원들 다니는 뒷문으로 다니라는 말을 하더군요.
어차피 해당 층의 예식장으로 가려면 정문이든 후문이든 가야 할 것이고,
정문으로 가면 더 빠를 텐데 참.
별 걸 다 차별하네 싶었습니다.
그래도 별 수 있나요?
돈 받고 일하는데 후문으로 오라면 가야지요.
이게 위계에 의한 압박이라는 걸까요? ㅎㅎ
더러우면 하지 말아야 하는데, 일단 왔으니 그냥 빨리 하고 가자 하고 들어갔습니다.
애써 왔는데 헛걸음 하긴 또 싫었던 것이지요.
후문으로 안내를 받아 찾아간 집합 장소에는 호텔에 이런 곳이 있었나 싶었던 곳이 있었습니다.
화물용 엘리베이터와 직원용 엘리베이터를 타고 가는데,
호캉스를 즐기며 다니는 깔끔하고 고급스러운 엘리베이터와는 큰 차이가 있었습니다.
쉽게 말해 이상한 냄새나고 뭔가 더러운.
같은 건물 안에 이렇게까지 차이가 나나 싶었지요.
영화 설국열차의 마지막 칸과 첫칸의 차이 같다고나 할까요.
직원 출입구 쪽으로 가니 직원들이 밥 먹으라고 밥솥과 반찬 몇 가지 그리고 정수기가 놓인 곳을 지나 알바 친구들이 모여 있는 장소에 도착했습니다. 음식도 호텔 뷔페에서 먹던 음식과는 너무나 큰 차이가 있었지요.
‘비싼 재료는 못 줘도, 종류라도 좀 챙겨주지.’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도착하니 일단 30분 정도 기다리라고 하더군요.
‘호오, 이런 건 꿀이군.’
했지만, 역시 (경기도) 오산이었습니다.
세상이 그렇게 만만할 리가 없지요.
최저시급 만 얼마라도, 나중에 알바비를 입금해 줄 때 3.3%를 제하고,
거기다 그 30분을 빼고 돈을 주더군요.
“그럴 거면 그냥 30분 늦게 오라고 하지, 왜 일찍 오라고 해서 휴게시간이라고 얼마 안 되는 돈에서 또 제 하냐.”
고 한바탕 뭐라고 하고 이래 저래 법대 나와서 법무팀 오래 있었던 가락으로 노동법 등을 거론하고 따져서 그 30분 어치도 받아 냈습니다.
거기서도 3.3%로 빼고 보내주더군요 ㅎㅎㅎ
미리 휴게시간은 공제한다고 공지했다는 알바 회사 담당자 친구에게,
과연 20대 그냥 평범한, 법도 모르고 사회 생활 경험도 별로 없는 친구들은,
에이 그깟 30분어치 아깝긴 하지만 그냥 안 받고 말자.
다음에 또 알바 해야 할 수도 있으니까.
이러면서 넘어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저야 일도 하고 있고 오래 일해서 돈도 모아 두어서 굳이 이런 알바를 안 해도 되지만,
다른 어린 친구들은 입장에 따라선 할 말도 제대로 못 하고 그냥 그렇게 하자는 대로 해야 할 수 있겠다 싶었지요.
아마도 늦는 친구들이 있으니 일부러 그렇게 초장부터 쉰다고 하면서 대기 시키고,
작업 시키는 친구는 다들 모였을 때 뒤늦게 나타나는 것 아닌가 싶었습니다.
그렇게 시작한 작업.
히야, 호텔에 있는 꽃이며, 장식이며 그런 것들이 이렇게 손이 많이 가는 줄 몰랐습니다.
이래서 알바 쓰는구나 싶었지요.
물 갈고 물 버리고,
무슨 버려야 할 폐기물들은 그렇게 많은지.
거기다 깨끗하고 밝은 장소 이면엔,
왜 이렇게 어둡고 정리 안된 더러운 장소들이 많은 건지.
그래서, 그 고객용 밝은 장소와 지저분한 직원용 장소 사이의 문은 항시 닫고 다니라고 하더군요 ㅎㅎㅎ
그 문을 열고 닫으며 기분이 참 묘했습니다.
호텔의 지하에도 이런 장소가 있었나 싶을 정도로 지저분한 직원용 장소가 있었습니다.
주로 보관하고 작업하며 청소하는 장소였는데, 깔끔하고 정돈된 호캉스 장소가 아닌,
여기저기 물건들이 아무렇게나 널브러진 장소.
시원하게 보관할 물건들이 있어서 덥진 않았지만,
우리들이 흔히 생각하는 지저분한 지하 작업장
딱 그것이었습니다.
전에 호캉스 한다고 호텔 지하 주차장에 차를 댈 때도,
이런 장소가 있을 거라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는데요.
그 화려하고 예쁜 꽃들이 이런 곳에 보관되어 있다가 실려오는 거구나
싶었습니다.
작업을 할 때도, 어린 친구들이 마음만 급하고 일의 계획이나 순서 없이 무작정 손 가는 대로 일하며, 알바하는 친구들에게 제대로 가르쳐 주지 않은 상태에서 잔소리하며 끌고 가는 참 안타까운 모습들이었습니다.
적은 돈 받으면서, 지저분한 곳에서 힘든 일 하는 대환장의 파티.
평소 좋아하던 안락한 호텔 의자에 잠시 앉아 쉬고 있으니,
“거기 앉으시면 안 돼요.”
하는 작업 관리하는 친구의 날카로운 목소리가 생각납니다 ㅎㅎ
그래서, 이런 알바를 해보기도 하고 자녀들에게 시켜도 봐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들 정도였지요.
그래야 세상을 피부로 느끼고 알며 살아갈 방향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될 것이니까요.
그냥 꾸역 꾸역 버티며 물건 옮기고 치우고 마지막에 퇴근 시간마저,
공지된 것보다 30분 일찍 끝내서 그만큼은 주지 않는다는 말을 들으며,
호텔을 빠져나오며 다시는 이 곳에서 이런 알바를 하진 말아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호캉스를 하고 오면서는,
Check out 시간에 딱 맞춰 나오며,
다음에 또 와야지!
할 때완 참 상반되지요.
공부 열심히 하고 좋은 곳에 취직하거나 사업 잘해서 돈 많이 벌어,
적은 돈 받으면서 더러운 곳에서 이상한 소리 들으며 힘든 일 하지 말자는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말씀 드린 이야기는 아닙니다.
이런 알바를 우연한 기회에 해보지 않았다면 몰랐을 세상 구경하며,
세상과 제 자신에 대해 생각해 보는 계기 정도였다고 해두겠습니다.
다른 알바를 하면서는 그런 생각조차 들지 못할 정도로 힘든 적이 있었는데요.
다음에 전해 드리겠습니다 ^^
깨끗하고 건강한 삶 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