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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인이 기겁하는 먹거리 1등은?

기괴한 음식 대결에서 완승한 먹거리

by 후이리엔

프랑스인들과 대화 중 빠질 수 없는 것은 '먹거리' 이야기이다.

대부분의 대화에서 우리는 프랑스의 풍부하고 신선한 식재료에 대한 예찬을 이어간다. 특히, 남프랑스 프로방스 지역에 거주한다는 것은 프랑스산 채소, 과일, 향신료를 모두 최상급으로 맛볼 수 있다는 것이기 때문에, 우리의 감동을 표현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다 가끔은 서로에게 익숙지 않은 먹거리로 화제가 전환된다.

예를 들어, 정육점 냉장고에 누워있는 털이 그대로 있는 통 토끼라던가, 눈을 뜨고 있는 사슴 머리라던가, 돼지 뇌라던가 하는 것들 말이다. 살아있는 생선을 바로 잡아먹는 것이 잔인하다고 하는 이야기를 들으면, 스멀스멀 저런 식재료들이 떠오르며 도대체 기준이 무엇이냐고 물어보고 싶어진다.

(사실 나는 아직도 토끼, 사슴, 돼지뇌 같은 것들이 더 기괴하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한국과 프랑스, 기괴한 먹거리 대전'이 시작된다.




기괴한 먹거리 대전의 안정적 1위


사실 이 대결의 취지는 우리가 기괴한 음식을 먹는다고 자랑하려는 것이 아니라, 나는 없어서 못 먹는 것을 그들이 전혀 이해하지 못할 때 느껴지는 재미가 있달까?

(중국에 살 때에도 느꼈지만, 외국인과 다른 식문화를 가지고 대화하는 것은 항상 재미있다.)


결국 대부분의 대화에서 한국의 승리로 끝나게 되는데, 그때의 치트키는 바로 '산낙지'이다.

서양인들이 워낙 문어, 낙지와 같은 연체동물을 이상하게 생각한다고 하던데, 서양 영화의 외계생물체들이 문어와 같은 모습을 하고 있는 것도 이런 맥락 때문이라고 한다.


그런데 수조에 있는 산낙지를 잡아서, 탕탕 썰어내고, 꾸물꾸물 움직이는 채로 입에 넣는다니.

이들에게는 정말 기가 막힐 정도로 놀라운 음식인 것이다.

관광객이 몰려드는 광장시장에서 산낙지가 절대 사라질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질문은 항상 비슷하다.

"낙지가 입 안에 달라붙니?"

"낙지가 입이나 목구멍에 붙어서 죽으면 어떡해?"


대답도 항상 비슷하다.

"당연히 완전 쫙~ 달라붙지, 그때 소주를 딱~넣어서 삼키는 거야"


반응도 항상 비슷하다.

"오 쉣..................."


이와 비슷한 계열로 프랑스인들에게 보여주면 기절초풍하는 음식은 산곰장어이다.

바로 손질해서 숯불이나 철판에 올리는 산곰장어는 정말 죽기 살기로 꿈틀거리기 때문에, 사실 산곰장어는 한국에서도 비위가 약한 사람들은 그 조리과정을 보기가 쉽지 않긴 하다.




기괴한 먹거리 대전의 신흥 강자


그런데 이렇게 항상 1위 자리를 하던 산낙지를 이긴 먹거리가 생겼다.

이 대결의 신흥강자는 바로 번데기이다.


어릴 땐 종이컵에 한가득 담아 이쑤시개로 콕콕 집어먹고

지금은 소주 안주로 칼칼하게 한 숟가락씩 떠먹는 번데기탕


프랑스인 10여 명이 모이는 여름 풀파티 자리,

야심찬 결심으로 소중한 번데기캔을 챙겨 갔다.

처음엔 좀 놀라겠지만 맛을 보면 분명 좋아할 것이라는 생각이었는데, 웬걸!

산낙지 영상을 본 것보다 더 격한 반응이었다.

정말 고퀄리티 고단백 음식이지만 너무 놀랍다며 사진을 찍어댔다.

이쑤시개로 하나씩 집어 들어 얼굴 가까이 구경도 못하고, 잘 씹지도 못하지만, 너무나 신기해하는 모습에 정말 배꼽 빠지게 웃었다. 정말 진지하게 도대체 왜 실크를 만드는 벌레를 수프에 담가놓은 거냐고 물어오면 '맛있는 고단백 식품이니까'라는 대답밖에 할 수가 없다.


나는 결국 여유롭게 '중국에서는 손가락 만한 번데기와 전갈'도 먹어봤다는 영웅담으로 이 대결을 승리로 마무리한다.



이런 기괴한 음식대전은 서로의 문화를 비하하기 위해 하는 것이 절대 아니다. 서로 다른 문화를 예찬만 할 수도 없고, 이상하다고 놀리기만 할 수도 없는 것이 당연하기에.

이렇게 서로의 다른 문화나 습관을 지속적으로 공유하고 설명하고, 또 디스 하기도 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서로를 조금씩 더 이해해나가고 있다.


서로의 다른 문화를 탐색하고, 그 문화가 생긴 이유나 배경을 궁금해하고, 경험하고 감상을 나누는 것

이 과정에서 지구 반대편의 낯설은 이문화에 대한 이해도와 선호도를 쌓아가는게 아닐까?




배너 사진 출처 : MBC 나혼자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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