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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체유심조로 나를 지키기

나를 망가뜨리는 관계를 끊는 법

by 민선미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라는 속담이 있다.

그동안 참 많은 인연들과 스쳐 지나왔다. 그러나 많이 만난다고 해서 그 마음을 다 아는 것은 아니었다. 사람만큼 속내를 보여주지 않는 존재도 없으니까. 그래서 사람의 마음은 불가사의하다. 웃음 뒤에 무엇이 숨어 있는지, 친절 속에 어떤 의도가 담겨 있는지, 우리는 끝내 다 알 수 없다.

그러나 분명한 건 있었다. 모든 관계가 나를 살려주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어떤 만남은 나를 단단하게 세워주지만, 또 어떤 만남은 나를 서서히 갉아먹었다. 내 마음이 병들어 가는 것을 알면서도 나는 왜 끊어내지 못하는지 고민하지 못했다. 그저 두려움과 미련이 남거나 괜히 내가 이상해 보일까 주변의 눈치를 먼저 살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나는 지금 어떤 관계를 우선으로 생각하고 있었는지 자신에게 물었다.

어떤 사람과의 만남이 나를 살리고 있는가, 아니면 나를 갉아먹고 있는가?





오늘 '새온독' 독서모임에서 읽은 법정 스님의 <무소유> 속 법구경을 인용한 구절이 마음을 파고들었다.

"녹은 쇠에서 생긴 것인데, 점점 그 쇠를 먹는다."

짧은 문장이었지만 여러 번 곱씹었다. 마음에 미움을 품으면 결국 그 마음이 자신을 녹슬게 만든다는 의미였다. 남을 미워하면 상대가 미워지는 것이 아니라, 내 마음이 먼저 미워지는 거였다. 사람과의 만남에서 생긴 응어리를 풀지 못하면 그 감정은 오래 지속되고, 영영 풀리지 않을 수도 있다. 미워하는 것도 내 마음이고, 좋아하는 것도 내 마음이었다. 결국 모든 것은 내 마음에 달려 있다는 가르침이 바로 "일체유심조"였다.


돌이켜보면, 나는 말을 잘하고 목소리가 큰 사람 앞에서 쉽게 작아졌다. 농담으로 건넨 말에도 마음이 쉽게 상했지만 꾹 참고 웃어넘겨 왔다. 하지만 집으로 돌아오면 어김없이 자책했다. "왜 그때 아무 말도 못 했을까. 다시는 나가지 말아야지."

그렇게 다짐했지만, 두려움 때문에 또다시 나갔다. 그 자리에 앉아 있는 동안 내 안에서만 응어리가 쌓여 갔다. 결국 녹이 나를 갉아먹듯, 관계가 아니라 내 마음이 먼저 병들고 있었다.

내가 참고 견뎌온 시간이 과연 가치 있는 시간일까? 이 만남이 나를 성숙하게 하는지 아니면 점점 나를 움츠러들게 하는지 속으로 묻고 또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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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치유 책을 다양하게 읽으면서 깨달았다. 관계를 끊는 건 미움이 아니라는 것을. 오히려 내 마음이 녹슬지 않도록 지키기 위해서 끊어내야만 했다. 물론 처음부터 단칼에 끊을 순 없었다. 대신 작은 연습부터 시작했다.


"오늘은 일정이 있어서 어렵겠어요."

"그 부분은 내 생각이랑 조금 달라요."

예전 같으면 꾹 참았을 말들을 조금씩 내뱉으며, 내 마음의 응어리를 조금씩 풀어나갔다.


나는 이제 조금씩 알아가고 있는 중이다. 나를 망가뜨리는 관계에서 멀어지면, 비로소 내 안의 시간이 살아났다. 나를 지키는 일은 이기적인 게 아니었다. 상대방과 거리를 두는 건 미움이 아니라 자기 돌봄이었다.

그 회복의 선택들이 쌓여, 결국 나를 나답게 지켜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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