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레시피

비밀 레시피 공개

가을을 맛있게 먹는 비밀 레시피는 다음과 같다.

1. 근사한 접시를 꺼낸다.

2. 정성이 가득한 음식을 그 위에 얹는다.

3. 가장 아끼는 스푼을 든다.

4. 아주 적당한 양을 입안에 살며시 넣는다.

5. 지그시 눈을 감는다.

6. 매우 천천히, 가을을 음미한다.

그리고 눈을 감은 채, 노을은 붉게 물들이고 낙엽은 느린 속도로 흩날린다. 그렇게 잠시 몽환적인 가을의 매력에 푹 빠져 있어도 좋다. 가을을 맛있게 먹는 장면에서 트렌치코트가 근사한 명품 접시라면, 스카프는 그 위에 놓인 우아한 음식이라고 할 수 있다. 가을은 그 자체로 눈이 즐거운 요리가 되는 것이다.

트렌치코트는 2주 후에나 꺼내야 한다. 아직 아침 기온이 21도, 조금 더 기다려야 한다. 사실 트렌치코트는 가을에만 입는 것은 아니다. 베이지 톤의 코트는 낙엽과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을 완성하고, 봄에는 옅은 분홍빛이나 네이비 톤이 초록 새싹과 잘 어울려 또 다른 봄의 풍경을 만든다. 하지만 봄과 가을은 너무 짧다. 맛을 느끼기도 전에 금세 사라지고 만다.

여러 벌의 트렌치코트 가운데 나에게 가장 특별한 것은 아들이 사 준 코트다. 그날 나는 모델인 양 포즈를 취했고, 가족들은 잘 어울린다며 연신 박수를 보냈다. 단순한 옷이 아니라 아들의 마음과 가족의 웃음이 함께 담긴 선물이었다. 그래서 올가을이 더 기다려지는 이유 중 하나는 바로 그 코트를 입을 수 있다는 설렘 때문이다.

가을이 완연해지면 많은 사람들이 트렌치코트로 계절을 물들이기 시작한다. 하지만 고결한 가을을 맞이하려면 늘 작은 의식이 필요하다. 바로 스카프를 꺼내는 일이다.

스카프와 트렌치코트는 언제나 환상적인 가을의 화룡점정이다. 바람이 불 때마다 하늘거리는 스카프는 가을의 리듬에 맞춰 춤을 춘다. 가을은 트렌치코트에 스카프가 더해져 풍성해진다. 부드러운 촉감이 목을 감싸는 안도감, 그리고 얼굴빛을 환하게 바꾸는 스카프의 기적은 단순한 패션을 넘어 가을의 감각을 더한다.

트렌치코트와 스카프는 결국 ‘가을의 레시피’에서 빠질 수 없는 재료다. 낙엽이 흩날리는 길 위에서 코트의 깃을 세우고 스카프를 가볍게 두르는 순간, 가을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 매너 좋은 반려견, 라울이와 함께 나서는 산책 또한 가을의 향기와 소리를 온몸으로 끌어안게 한다.

가을은 늘 짧다. 하지만 이 짧은 계절을 제대로 음미하기 위해 우리는 저마다의 레시피를 갖고 있을 것이다. 누군가는 커피 한 잔으로, 누군가는 책 한 권으로, 누군가는 트렌치코트와 스카프로 가을을 수놓는다. 자신의 속도로 가을을 제대로 음미할 수 있다는 건, 결국 삶을 더 풍요롭게 한다.

가을을 제대로 맛볼 수 있는 나의 추천 레시피는 간단하다.

“트렌치코트에, 가니쉬처럼 곁들인 스카프.”

이 두 가지면 가을을 그러안기에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