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재택의료 현장에서

안심이 돼요

by 하상목

날씨가 많이 더워진 요즘, 의사와 간호사를 기다리는 집을 위해서 방문했다.

재택의료 현장의 특징은 특별한 이유 없이 퇴실을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환자가 있는 집은 병원이 아니기 때문에 퇴원을 할 필요가 전혀 없다.

오히려 의료가 필요하지 않으면 의사와 간호사가 더 이상 방문하지 않으면 그만이다.

그러기 때문에 자율성이나 존엄성은 의료진보다는 환자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다.




방문의료 다학제 케어코디네이터를 교육을 이수하고 재택의료 또는 방문의료에 제법 익숙해진 나는 새로운 질문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동안 환자를 많이 만나기도 했는데 꾸준히 만남을 이어나가기도, 한 번의 요청으로 끝나기도 했었다.

그런데 꾸준히 만나는 환자는 길게는 2년 넘게 만나기도 했는데 처음 만남에 비해 건강 상태가 안정적으로 변화했음에도

주기적으로 의사나 간호사가 방문을 해달라고 요청한다는 것이다.


‘이제는 그만 와도 될 것 같은데...’


아무리 설득을 해도 한 달에 한 번은 꼭 와달라는 요청은 의아했다.

방문진료료가 비용이 일반 진료비보다는 조금 비싼 편인데 그 돈을 내고도 의료진이 꼭 집에 왔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궁금증이 많은 나는 재택의료 현장에서 만나는 사람들에게 질문을 하기 시작했다.


“우리가 정기적으로 방문을 하는데 어떤 것들이 좋으세요?”

“혹시 돈이 아깝다고 생각이 들지는 않으시나요?”


그러자 반응은 정말 긍정적이었다.

환자나 보호자들이 생각하는 재택의료란 의지할 수 있는 친구 혹은 어려움이 있을 때 도움 받을 수 있는 곳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재택의료가 있으니까 안심이 돼요 “

“갑자기 상태가 안 좋거나 할 때 전화할 곳이 있어요”

“병원에 가려면 그날 하루는 없다고 봐야 하는데 재택의료는 그렇지 않아도 돼요”

“한 달에 한 번 기다려져요”

“모르는 것이 있을 때 알려줘서 좋았어요 “

“병원에 가면 하루 종일 기다리는데 시간을 다 보내잖아요”

“병원에 가려면 구급차도 불러야 하고 비용이 정말 장난이 아니에요”


환자와 보호자에게 감사하다는 마음이 들었다.

재택의료진으로써 하던 일을 계속하던 것뿐이었는데 그들에게는 의료 그 이상으로 생각하고 인식하고 있었다.

건강에 특별한 이상이 없어도 서로 신뢰를 가지고 한 달에 한번 기다려지는 고마운 사람들이었던 것이다.

지불해야 하는 진료비보다 긍정적인 관계가 더 소중하다고 생각한다는 점에서 많이 놀란 결과였다.


한 달에 한번 건강에 대해 안부를 물어봐줄 수 있는 의료진들이 있다는 것,

편안한 내 집에서 내가 안심하고 나이들 수 있는 자신감을 줄 수 있다는 점은 참 매력적이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재택의료 현장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