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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둥이 Oct 04. 2024

셀프 힐링

성당 봉사모임 자부회에 대한 이야기


성당 자부회에 대한 이야기다.



아이들이 태어난 후 난 성당을 다니기 시작했다.

그전까지는 천주교는 아내의 종교쯤으로 생각하곤 했었다. 일 년의 한두 번 크리스마스 때, 아내를 따라 성당을 가던 게 전부였다. 그렇다고 성당이 싫지는 않았는데, 성당이 주는 묘한 정숙함과 깊이감, 향냄새, 사찰에서나 느껴졌을 법한 그런 편안함을 느끼는 게 이상할 정도였다. 자주 간 것도 아니었는데 항상 성당 안은 밖의 온도보다 몇 도는 낮아서 서늘했었다. 빨간색과 파란색 노란색과 녹색으로 그려진 다양한 그림들이 마치 벽화처럼  유리창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눈부신 태양빛이 유리창을 비출 때면 원색의 농도는 더 진한 질감으로 발화하여 그림 속 성화들을 살아나게 만들어주었다.


어쩌면 성당은 나에게 조금씩 다가오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세상에 우연이란 없다는 듯이,


코로나 이후 아이들의 첫 영성체는 내가 성당을 다니게 된 이유가 되어 주었는데 생각해 보면 이것 역시 알 수 없는 일이다. 아이들은 좋은 신부님을 만나 많은 사랑을 받으며 첫 영성체를 받았다. 그냥 아내한테 맡기고 내겐 더 친숙한 교회를 다녔어야 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란 사람은 여느 사람들처럼 종교를 진리로 접근하여 이분법으로 종교를 바라보지 못한다. 이런 나에게 종교란 어려운 선택지였다. 나의 회의와 사유는 계속해서 질문을 던지지만 종교는 그냥 믿으라고 말문을 막는다. 때론 그 질문은 애초부터 답이 없는 영역이란 걸 알면서도 말이다.


아마도 그게 신의 뜻일 수도 있다.

그냥 덥석 믿는 것, 사유하지 말고, 생각하지 말고, 아이들처럼 저렇게 해맑게 녹아들어야 되는지도 모른다.


이상했던 건 신경안정제를 한 움큼 삼킨 사람처럼, 마음을 무장해제 시키는 묘한 편안함은 아이들과 성당을 다니면서 찾아오기 시작했다.

그때부터였는지도 모른다. 두근거림이 잦아들고 번민이 차츰 사라지고 불안이 엷어져 갔던 게,



이게 뭐지! 이 묘한 기분이!


난 체질적으로 샤이한 사람이다. 많은 사람 앞에서 나서는 것도 싫어해서 회의도 자주 하지 않는 편이다. 어쩌면 성당의 무한반복 되는 미사 예식과 많은 봉사모임은 체질적으로 거부감을 가졌던 영역인지도 모른다.


이런 내가 성당에 다니기 시작한 이후 자부회란 봉사단체에 원치 않게 들어가게 되었다. 누가 뽑았는지 모르지만 자부회 회원들은 모두  국대급이었다. 이상하리 만치 무엇을 맡겨도 최선을 다한다. 누구 하나 뒤로 빠지지 않는다. 경쟁하듯 봉사를 하고 서로의 웃음으로 서로를 치유해 준다.


자부회는 오성급 셰프보다 더 맛있는 요리를 만들어 내고, 어벤저스급 팀워크로 힘쓰는 모든 일을 해치우고, 남성중창단 못지않은 합창을 선보이고, 평생 불어보지 않은 레코드를 연습해서 꽤 괜찮은 무대를 보여주고, 노란 조끼와 호루라기로 산뜻한 교통정리를 하고, 아이들에게 우리 아빠 최고란 든든함을 선사하고, 아이돌처럼 아름다운 율동으로 성가를 부르고, 서로에게 웃음으로 서로를 챙겨주는, 한마디로 꽃향기 가득한 사람들의 모임이다.


젊은 아빠들도 있었고 또 나처럼 중년의 아빠들도 있었다. 남자들은 이 정도의 나이가 되면 취미나 좋아하는 것을 찾아서 조기축구회나 등산회 낚시나 테니스나 배드민턴 같은 동호회에 가입하여 시간을 보낸다. 난 체력도 좋지 않아서 동호회에 들어본 적이 없지만 그렇다고 봉사단체에 가입해 본 적도 없다. 자부회는 아이들과 성당을 위한 봉사모임이지만 그 시간을 통해 가장 치유받는 사람은 자신들이다. 많은 사람들이 봉사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스스로 치유받아가는 시간을 통해 삶의 의미를 더 가치 있게 만들어간다.


한마디로 뭐가 중요한지 알아간다. 삶의 우선순위를 정해 간다. 스스로를 알아가고 질문을 던져간다.


만약 싫었다면 절대 할 수가 없다.

봉사는 그냥 좋아서 하는 일이다.

그래서 더 알 수가 없다.

신이 하시는 일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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