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이 넘게 감기로 고생 중이다.
기침을 심하게 하다가 콧물을 흘리다가 좀 나아졌다 싶을 때 와인 한 잔 하고 나면 다시 기침이 시작되는 식이더니, 이제는 고열이 나서 앓아누웠다.
다행인 건 나만 아프고 아이들과 남편은 기침을 쿨럭대는 정도라는 것. 물론 넷의 감기를 모두 내가 떠안은 듯 너무 아프지만.
어렸을 땐 감기에 많이 걸렸었다. 열이 오르면 엄마가 옷을 깨 벗기고 찬 물수건으로 온몸을 닦아주었던 기억. 정신이 몽롱하고 숨이 가쁘던 느낌. 콜드시럽의 인위적인 단 향과 맛. 어른이 되고는 잘 걸리지 않던 이 지독한 감기를 아이를 낳고 다시 겪고 있다. 첫째 아이가 어린이집에 다니기 시작하면서부터 한 달 걸러 한 번씩은 아픈 것 같다.
아이에게서 시작된 감기가 나에게 퍼지는 것에 대해 생각한다. 아이의 숨이 내 숨에 닿아서, 아이가 콧물을 손으로 닦고 그 손으로 나를 만져서, 나를 안고 면전에 대고 재채기를 해서 나는 방어할 틈도 없이 바로 병에 걸려버린다. 그렇게 감기와 독감과 코로나를 함께 겪었다. 아픈 건 싫지만, 그 과정을 생각하면 따뜻해진다. 내가 아이의 엄마라서, 아이든 나든 누군가 감기에 걸리면 영락없이 옮을 수밖에 없는 우리의 거리가, 나는 너무 좋다. (물론 애초에 안 걸려 오면 참 좋겠다.)
아이들은 감기에 걸리면, 아마도 내가 어린 시절에 지었을 그런 몽롱한 눈빛으로 나를 본다. 나는 나의 엄마가 해주었던 것처럼, 아이에게 진한 해열제 시럽을 건네주고 물수건으로 몸을 닦아준다. 밤새 아이의 열이 오를까 확인하며 잠을 설친다. 아이는 스크린을 실컷 보고 엄마아빠와 한 침대에서 자니 힘든 것도 견딜만하다는 듯 군다. 나중에 아이가 컸을 때, 아픈 것이 이상하게 좋았다고, 따뜻했다고, 기억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