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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심리학을 의심하게 하는 아침 식탁

Ray & Monica's [en route]_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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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이 들인 공력의 총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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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한 부부가 10년 동안 나라 밖을 살아보는 삶을 실험 중이다. 이 순례길에서 만나는 인연과 문화를 나눈다._이안수ᐧ강민지


우리는 주로 두 끼로 하루의 영양을 섭취한다.

아침은 샐러드이거나 시리얼 같은 식사다. '같은'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는 것은 그것과 닮았지만 정의할 수 없는 메뉴이기 때문이다.

아내는 그날 아침에 방에 있는 종류 중 한 끼 식사가 될 만한 재료를 조합한다. 아침은 불을 사용하지 않는 원재료 그대로를 조합하기 때문에 샐러드이거나 시리얼을 닮는다. 제철 과일만으로 먹는 경우가 있어서 그것에 메뉴 이름을 붙인다면 '블루베리' 혹은 '사과'일 수밖에 없다.

오늘 아내가 차려낸 보울을 보다 보니 이는 순전히 남이 들인 공력의 총합이다. 구태여 '남'이라는 용어가 가질 수도 있는 단절이나 거리감을 표현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이기적인 '나'와 상대적 개념으로서의 남이다.

시리얼은 함께하는 식사 자리에서 써니 황 선생님께서 직접 쑨 호박죽과 함께 챙겨주신 저당 통곡물 시리얼이고 머핀은 우리가 도착하는 날 냉장고 문을 열었다가 꽉 채워진 식재료와 함께 놓였던, 유혜자 어르신이 직접 만든 것이었음을 함께 든 재료 목록을 통해 알 수 있었다.

상추를 씻으러 간 아내가 케일잎까지 담긴 그릇을 가지고 들어왔다. 주방에서의 그 짧은 시간 동안 어떻게 마법을 부렸는지 궁금했다.

"11번 방의 Sean이 상추밖에 없다고 자신의 케일 두 장을 얹어준 거예요."

진화심리학자들은 인간이 공동체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협력과 이타성을 발달시켰다고 말한다. 이타성이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 관계가 생존에 유리하다는 상호적 이타성 이론이다.

그러나 순례자에게 '상호'가 보장되지 않는다. 나는 내가 아닌 사람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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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애틀 #이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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