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y & Monica's [en route]_414
*은퇴한 부부가 10년 동안 나라 밖을 살아보는 삶을 실험 중이다. 이 순례길에서 만나는 인연과 문화를 나눈다._이안수ᐧ강민지
가을이 떠나기 전에 시애틀의 가을과 더 자주 만나고 싶은 욕심이 채워지지 않았다. 외출에서 돌아온 오후, 0.8마일쯤 북쪽에 위치한 라벤나공원(Ravenna Park)을 향해 집을 나섰다. 공원으로 가는 길에도 무르익은 가을이 가득해서 발걸음이 많이 지체되었다.
연결된 라벤나공원과 코엔공원(Cowen Park)을 가르는 20th Ave NE 다리(Ravenna Bridge) 위에서 단풍으로 그윽한 나무의 우듬지에 몰두하다가 시간이 훌쩍 가버렸다.
공원은 기증자와 행정구역 구분으로 좌, 우 2개의 공원 이름을 갖게 되었지만 실제로는 빙하시대에 형성된 하나의 깊은 협곡(Ravine) 공원이다.
다리는 35미터 높이에서 협곡의 양쪽으로 연결되어 밑에서 올려다보아서는 볼 수 없는 거대한 나무의 우듬지와 눈을 맞출 수 있다.
협곡 바닥을 흐르는 Ravenna Creek으로 들어가려고 가파른 소로를 올라온 부인에게 협곡 바닥의 트레일 상태에 대해 물었다.
"이곳이 처음인가요? 그렇다면 지금은 들어가지 않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협곡 안 트레일이라 지금 들어가기에는 위험해요. 아침에 들어가시면 너무나 멋진 곳이랍니다."
협곡은 이미 어둠이 드리워지고 있었다. Ravenna Creek Trail은 부인의 말대로 아침에 와서 전체를 걷기로 했다.
집으로 돌아올 때는 다른 길을 택했다. 집집마다 잭오랜턴(호박 등)과 거미줄, 해골 장식에 정원을 공동묘지로 꾸미는 등 할로윈 장식에 진심이다.
"GONE NOW"
"SEE YOU SOON"
"FOR RENT"
무덤 비석의 문구들은 죽음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해학으로 풀었다.
집 앞의 가로 녹지에 도서나눔상자를 설치하고 'Take a Book and( or ) Leave a Book'의 방식으로 '리틀 프리 라이브러리(Little Free Library)'를 운영하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한 댁에서는 그 방법을 응용해서 모형 자동차 교환 박스를 만들어놓았다. 박스 아래에는 레일도 만들어 놓았다. 아이들과 동행한 부모는 발걸음을 멈출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어떤 아이가 이렇게 귀여운 자동차가 가득 쌓인 박스를 그냥 지나칠 수 있을까.
이렇게 각기 다른 표정의 잭오랜턴을 만드는 것도, 이쁜 무료모형자동차 교환 박스를 만들어 놓는 것도 낯모르는 사람과 "우리 행복을 함께 나누어요!"라고 말을 거는 것 같아 그 댁의 현관문에도 눈길을 주게 된다.
오늘은 할로윈데이! 시애틀의 가을은 비와 함께 온다는 말은 오늘도 변함이 없다. 유령들의 마법을 만나기에 딱 좋은 날씨이다.
유령과 사람, 모두에게 해피 할로윈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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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부터 3일간 이어질 멕시코 최고의 축제, 망자의 날 (Día de los Muertos) 추억이 떠오른다. 죽음을 두려워하는 대신 떠난 자와 함께 삶을 기념하는 멕시코의 집과 거리는 온통 노란 금잔화로 뒤덮이고 가족들은 장식된 해골을 올린 제단 앞에 모였을 것이다. 산자는 죽은 자를 기리고 죽은 자는 산자를 위로할 것이다.
●죽음은 좋은 친구
https://blog.naver.com/motif_1/223236679222
●옛집을 방문한 영혼들로 가득한 멕시코
https://blog.naver.com/motif_1/223251410978
●망자를 기념하는 가정집 방문
https://blog.naver.com/motif_1/223255537182
●'볼 수 있는 것'과 '볼 수 없는 것'의 상호 연결
https://blog.naver.com/motif_1/223257381793
●'사는 것'과 '죽는 것'의 차이를 화장장 화부에게 물었다
https://blog.naver.com/motif_1/223256723562
#할로윈 #망자의날 #시애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