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y & Monica's [en route]_415
*은퇴한 부부가 10년 동안 나라 밖을 살아보는 삶을 실험 중이다. 이 순례길에서 만나는 인연과 문화를 나눈다._이안수ᐧ강민지
#1
작년 7월, 멕시코에서였다. 우리 부부에게는 다소 벅찬 도전을 감행했다. 멕시코 서부지역을 남북 약 1,500km(약 930 마일)로 뻗어 있는 장대한 산맥, 시에라 마드레 옥시덴탈(Sierra Madre Occidental)을 횡단하기로 한 것이다.
이 산맥의 일부인, 치와와(Chihuahua) 주 북부에 위치한 Sierra Tarahumara 산악지대에의 중심에 구리협곡(Barranca del Cobre, Copper Canyon)이 있다. 수백만 년 전의 화산 활동과 침식 작용으로 형성된 6개의 협곡으로 구성된 지형이다. 가장 깊은 협곡인 Urique Canyon은 깊이가 1,879m에 달하는 곳으로 미국의 그랜드 캐니언보다 넓고 깊다.
우리는 16세기 스페인 식민지 시기의 침략과 종교적 탄압을 피해 고립된 이곳 산악지대에 살고 있는 원주민인 Rarámuri족(라라무리족, 스페인 식민지 시기에 Tarahumara(타라후마라)을 만나고 싶었다. 그들은 험한 지형에 고립해살면서 부족 공동체 중심의 자연과 조화된 삶을 유지하고 있지만 전통 샌들(huaraches)만을 신고도 울트라마라톤 대회에서 뛰어난 성적을 거두면서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서쪽 코르테스 해를 건너온 우리가 구리협곡으로 들어갈 수 있는 유리한 방법은 El Chepe 열차를 이용하는 것이었다. 험준한 산맥으로 막힌 내륙과 해안을 연결하는 경제 개발을 위한 국가적 인프라 구축 사업으로 2, 400m의 고도차에 37개의 다리, 87개의 터널을 뚫어 만들어진 철길이다.
우리는 며칠간의 시도 끝에 이 계곡의 작은 산악 마을인 세로카우이(Cerocahui)에 도달할 수 있었다.
#2
이 깊고 고요한 마을은 마치 내 어릴 적 고향마을을 만난 것 같았다.
마을의 개들은 자신들이 마을의 주인처럼 낯선 사람들을 환대했다. 아이들은 흙장난으로 즐겁고 청년들은 배구로 충분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산자락에 집이 있는 두 소녀는 2시간 동안이나 바위에서 시간 가는 줄 몰랐고 집의 처마 밑 두 노인은 그날도 그다음 날도 같은 모습으로 앉아서 우리에게 호기심 어린 미소를 보냈다.
마을 가운데에는 오래된 성당(Parroquia de San Francisco Javier en Cerocahui)이 있어서 마을은 더욱 평화롭고 고즈넉했다.
20세기 재건, 식민지풍 석조 건물은 1680년, 예수회 선교사에 의해 설립되었다고 했다. 성당 앞뜰(Atrio)에 새로 조성된 두 묘지를 살피다가 돌아가신 날이 같다는 것이 의아했다.
우리가 묵는 숙소는 매일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벌새들이 찾는 아름다운 정원이 있는 집이었다. 아래층에는 무장한 군인이 사용하고 있었다.
이틀이 지난날 이른 아침 마을 산책길에 성당 앞 임시 초소에서 근무 중인 한 경찰관에게 저의 의문에 대해 질문을 했다.
"이 마을에는 원래 경찰이 없었습니다. 이 초소는 임시로 만들어진 것이며 우리는 치와와에서 파견 나와 있습니다. 당신이 질문한 두 신부님께서 선종하신 사건 때문입니다. 하비에르 캄포스 모랄레스(Javier Campos Morales)와 호아킨 세사르 모라 살라자르(Joaquín César Mora Salazar) 두 신부님은 2022년 6월 20일, 성당 안에서 살해당했습니다. 마을 청년들이 내기 농구를 하다가 시비가 벌어졌고 가해자가 총을 꺼냈고 피해자가 이 성당으로 피신하자 두 신부님이 그들 뒤쫓아온 가해자로부터 피해자를 보호하려다가 그가 쏜 총에 세명이 함께 희생되었죠. 가해자는 어릴 적 이 마을에서 신부님의 돌봄을 받고 자란 청년으로 사건 당시 마약 카르텔 단원으로 활동 중인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그를 계도했던 사제가 살해당한 이 참사는 마약과 폭력에 대한 구조적 문제를 멕시코 전역에 일깨우는 사건이었습니다."
이 평화로운 오지 마을에서의 지역 사회를 위해 헌신하던 두 신부님의 희생에 대한 얘기는 방문객인 우리에게도 큰 충격이었다.
그에게 멕시코 지역 내에서 마약 카르텔과 관련한 치안이 가장 불안한 지역으로 꼽히는 치와와 경찰로 사는 것에 대한 인터뷰를 요청했고 그는 기꺼이 시간을 내어주었다.
"당신은 이렇게 위험한 지역에서의 경찰이 된 이유가 무엇입니까?"
"그렇기 때문에 이곳의 경찰이 되었습니다. 폭력에 맞서야 할 경찰이 있어야 할 곳이 이곳이기 때문이죠."
15개월이 지난 며칠 전 바로 그 경찰, 호르헤(Jorge Munoz)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다음으로 이어집니다.)
●그랜드캐니언보다 깊고 긴 계곡을 살아서 통과했습니다
https://blog.naver.com/motif_1/223524632735
#CopperCanyon #Cerocahui #멕시코경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