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y & Monica's [en route]_416
*은퇴한 부부가 10년 동안 나라 밖을 살아보는 삶을 실험 중이다. 이 순례길에서 만나는 인연과 문화를 나눈다._이안수ᐧ강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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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다시 조우하지 못한 시간에 대해
일기일회의 삶을 살아야 하는 인간의 숙명이라 여겼다.
28년 뒤의 조우는 기적 같은 일이었다.
하니, 그것은 간절함으로 비롯된
알 수 없는 것에 대한 응답이었다.
이른 아침부터 늦은 밤까지
함께 한 모든 순간은 찰나조차 충만한 기쁨이었다.
우리가 한국을 떠나온 이유의 또 다른 응답.
서로에게는 갚아야 할 빚도,
받아내야 할 용서도 없었지만
왜 그렇게 간절했는지 알지 못한다.
28년이라는 넓은 강이
간절함을 만들었는지 모르겠다.
그 강을 건넌 날,
퓨젯 사운드 풍경 속으로 안내하였고,
어떤 예술가가 평생을 고뇌했을 창작의 현장으로 데려갔으며
고국에서도 만나기 힘든 풍미로 잊었던 혀의 기억을 찾아주었다.
그럼에도 가장 큰 감동은
은폐될 수 없는 사랑과 고독의 쓸모,
여전히 끝나지 않은 삶의 드라마였다.
우리 부부만을 위한 무대에 올라주었다.
다시 시애틀로 돌아오는 밤은 스산했다.
환송의 마음 정거할 곳을 찾지 못해
정류장을 세바퀴 돌고도 홀로 어둠 속에 남았다.
하지만 당신은 은은하게 길을 밝히는 셀레네였다.
고속도로 위에서 눈을 감았다.
발치에 재로 남은 엔디미온을 찾아가가는
찬 달이 보였다.
그 밤은 온통 향기였다.
당신과 차를 마시는 자리가
다시 오지 않더라도
일생을 갈 향기였다.
*송경원 선생님, 우리 부부에게 모든 것을 다 내어주셨습니다.
선생님의 과분한 배려와 세심함의 모든 순간에 감읍하는 날이었습니다.
신성한 산, Mount Rainier가 지키는 Tacoma는 이제 타인의 도시가 아닌 곳이 되었습니다.
우정의 추상을 구체적 물성으로 만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타코마 #시애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