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기피 직업
미용하는 여성이 결혼 기피 직업군이라고?
미용하는 여성이 결혼 기피 직업군에 속한다는 말은 몇 년 전부터 자주 듣던 소리였다. 지금으로부터 20년 전쯤 미용은 접근하기 쉬운 직종이었고 화류계 여성들이 신분세탁을 위해 직종변경을 하는 1순위 직업이라고 말이 돌았다. 그래서일까 미용은 어느 순간부터 결혼 기피 직업군이 되었고 실제로 미용하는 여자에 대한 시선이 곱지 않은 건 사실이다.
" 요즘 그렇게 보는 사람이 어디 있어!"
나도 그렇게 생각했다. 시대가 변했고 인식도 변했으며 국가에서 인증하는 자격증을 취득해야 하는 직업이기에 아직 미용하는 여성에 대한 인식이 안 좋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현실은 달랐다. 여전히 곱지 않은 시선들이 있었으며 미용업에 종사한다는 말에 "학생 때 놀았구나!"라고 지레 짐작하고 그 생각이 올곧이 맞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여전히 있었으며 자신보다 아래라고 생각하며 행동을 막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아닌 척하면서 은근히 무시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난 지성인이니 직업에 귀천이 없다고 생각해 하지만 넌 좀 덜 배웠겠지, 어리석겠지, 멍청하겠지.'
이미 전제를 깔고 그것을 사실이라고 믿는 사람들에게는 어떠한 대화도 통하지 않았다. 애초에 대화를 지속하려 하지 않았다. 내가 모른다고 생각했고 모를 거라고 생각했다.
나는 굳이 이 사람들에게 그렇지 않다고 반박하지 않았다. 반박할 이유도 없었다. 그런 생각이 깔린대에 무엇이 일조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겠지라며 애써 이해하기로 했다. 그러는 게 더 마음이 편했다.
모든 사람들이 미용하는 여자를 결혼기피 직업군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천대 시 하지 않는다. 무시하지 않는다. 하지만 여전히 미용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을 주는 분들이 많은 건 사실이다.
미용을 시작한 지 10년, 내가 겪은 경험을 줄 세워 봐도 미용에 대한 인식이 어느 정도 인지 대충 짐작할 수 있다. 물론 요즘은 기술직이 좋은 건데 어떻게 이런 일을 하냐며 대단하다고 칭찬해 주시는 분들이 훨씬 많지만.
나보다 먼저 미용의 길을 걸었던 선배들은 얼마나 큰 색안경에 감춘 뾰족한 눈초리를 견뎌야 했을까. 지금도 곱지 않은 시선이 곳곳에 남아있는데 10여 년 전에는 얼마나 더 그 시선이 뾰족했을까.
현재 예전보다 미용에 대한 인식 개선이 많이 되었다는 걸 느낀다. 이렇게 인식개선이 되기까지 미용의 길을 걸어간 선배들의 얼마나 큰 노고가 있었을지 가늠이 되지 않는다.
"일단 유명해져라, 그러면 사람들은 네가 똥을 싸도 손뼉 칠 것이다."라는 말이 있다.
그래서 생각했다.
'인식이 그랬던가 저랬던가 모르겠고 일단 잘하자.'
잘하는 사람에게, 유명한 사람에게 쉽게 돌 던질 수 없을 거라는 생각에서 나온 결심이었다. 그 누구도 쉽게 말하지 못하게, 쉽게 생각하지 못하게 내가 잘하면 되지 않을까. 욕먹을 일 없게 행동거지를 바르게 하자. 그러면 아무도 욕하지 못한다. 색안경을 끼고 봐도 내가 강렬한 색을 내면 색안경이 아무리 진해도 나 자체의 색을 잃지는 않을 테니까.
누군가가 보내는 눈초리에 움츠리는 대신 더 열심히 움직이는 건 어떨까.
누군가의 시선이 따가울 때 스스로의 발전으로 시선이 닿지 않는 곳에 올라가 보면 사실 그 시선은 뾰족하지 않았음을 경험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무도 함부로 말하지 못하는 사람이 되도록 오늘도 노력해야지. 발전해야지. 힘을 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