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한 가을
霜華染疎林 (상화염소림)
서리꽃이 성긴 숲 속 가지마다 물들고
月影照寒心 (월영조한심)
달빛은 차가운 마음을 은은히 비추네
孤筆臨空白 (고필림공백)
외로운 붓이 빈 종이에 닿으니
聲隨落葉深 (성수낙엽심)
낙엽처럼 소리마저 깊이 스며드네
霜華染疎林 (상화염소림)
서리가 내린 아침, 숲의 성긴 가지마다 서리꽃이 내려앉습니다.
조용하지만 섬세하게 세상을 물들이는 그 빛과 색은 고요 속의 생명력을 보여줍니다.
月影照寒心 (월영조한심)
달빛이 차가운 마음을 비춥니다.
빛은 온화하지만 마음속 깊은 곳까지 스며드는 냉정함과 사색을 담고 있습니다.
孤筆臨空白 (고필림공백)
외로운 붓이 빈 종이에 닿습니다.
그 순간, 시인은 고요 속에서 자신과 대면하며 내면의 생각을 끌어올립니다.
聲隨落葉深 (성수낙엽심)
낙엽 떨어지는 소리처럼, 모든 소리와 감정이 깊이 스며듭니다.
자연의 소리와 내면의 울림이 하나로 겹쳐지는 장면입니다.
《靜秋(정추)》는 가을의 고요함과 작가의 내면 정서를 담은 시입니다.
첫 구절의 서리꽃은 고요하지만 강한 존재감을 나타내고,
둘째 구절의 달빛은 차가운 사유와 감정의 반영을 보여줍니다.
셋째 구절에서 외로운 붓은 시인 자신을 상징하며,
마지막 구절은 자연과 마음이 합일되어 깊은 울림을 만들어냅니다.
이 시는 단순히 계절의 풍경을 묘사한 것이 아니라,
자연 속에서 마음의 고요를 찾고, 사유와 성찰을 기록하는 과정을 그린 작품입니다.
고요 속의 풍경과 마음의 울림이 서로 스며들어,
읽는 이로 하여금 자신의 내면과 마주하게 만드는 힘을 갖고 있습니다.
《靜秋》은 “고요 속에서 스스로를 발견하는 순간”을 노래하고자 쓰였습니다.
가을의 서리꽃, 달빛, 낙엽, 그리고 붓은 모두
작가의 내면을 반영하는 상징입니다.
이 시를 통해 작가는 말하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