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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깐 KKan Jun 21. 2016

의미를 찾을 때 계속되는 삶

임경선, <태도에 관하여> (2015)



월급이라는 노동의 대가를 받으며 하고 있는 일이 나에게, 또 내가 개입한 서비스에 닿아 있는 사람들에게 어떤 의미를 주는지 종종 생각한다. 잊을 만하면 한 번씩 하게 되는 생각이고, 이직을 생각할 때마다 늘 가장 고민되는 부분이다. 이전이라고 크게 다를 건 없지만 지금의 일은 그런 생각을 더 많이 하게 한다. 맡은 업무가 광고에서 서비스로 옮겨진 덕에 사람들과 더 가깝게 지속적으로 엮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더 큰 조직으로 옮겼기 때문이기도 하다. 아직 적응해야 할 것들 투성인 새 직장에서 더 큰 일의 더 작은 부분에 손을 대는 동안, 내가 이 일을 열심히 한다는 게 어떤 의미가 있는 건지 자주 궁금해지곤 한다.



정치를 하는 것도, 살신성인의 공익사업에 뛰어든 것도, 하다 못해 공익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에 다니는 것도 딱히 아니니, 월급을 대가로 대단한 의미를 찾을 수는 없다. 누군가의 일상에 재미를 줄 수 있는 것 정도가 최선일 텐데, 나는 그렇게 이타적인 사람이 되질 못해서 남이 즐거운 것만으로는 동기부여가 되질 않는다. 내가 즐거워야 하고, 그렇게 한 일이 남들도 즐거울 때야말로 내게 의미 있게 느껴진다. 결국 내가 즐거운 포인트를 잊어버릴 때마다 자꾸 찾아서 스스로에게 안겨주는 일을 반복하고 있다. 의미를 스스로 만들어내고 있는 셈이다.



나에겐 갚아야 할 빚이 있으니, 일어나라! 는 문구의 침실용 포스터를 본 적이 있다. 그 역시 공감한다. 그만큼 우리는 자꾸 일의 의미를 잊어버린다. 남의 돈을 받는 것은 역시 쉽지 않기에, 그만한 대가가 따르곤 한다. 쉽게 버는 돈은 없다고 생각한다. 꿀직장의 꿀직업이라 불리는 일들도 결국은 그만한 운이든 노력이든 있었을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후일에 그 대가를 치르게 될 거라고 생각한다. 뭐, 그래야 배가 덜 아프니까 그렇기도 하지만. 심지어 일을 사랑한다는 사람들에게도 고된 순간, 그만두고 싶은 순간은 있지 않을까.



세상의 모든 대상에 우리가 이름을 붙이며 살아왔듯, 모든 일에서도 우리는 의미를 붙여 가고 있다. 의미를 부여하지 않은 대상은 어떤 가치도 지닐 수 없고, 그 가치를 좇는 것이 인간다움의 기본이라고 생각한다. 의미를 찾고, 찾을 수 없을 땐 만들어내는 일이 삶을 계속되게 한다고 믿는다. 12년의 회사 생활 후 지금은 11년째 글쓰기를 업으로 삼고 있다는 저자 임경선도 '의미는 내가 직접 만들어가는 것'이라고 말한다. 글을 쓰며 컴퓨터와 마주하는 시간이 사회생활 속 인간관계에 부대끼는 시간보다 많은 그녀. 사람과 사물에 맺는 관계에 대한 그녀의 '태도'들은 사실 고개를 끄덕이며 읽고 있기엔 거리감이 든다. 하지만 의미에 대한 것을 포함해, 한 사람의 태도가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말해주고 그 사람을 가장 그 사람답게 만드는 것이라는 것만큼은 충분히 공감한다. 그녀의 태도들을 읽어나가며 언급된 대상에 대한 나의 태도를 살피고, 나다운 것이 무엇일지 오랜만에 생각해 보게 됐다. 아, 이렇게 또 한 번 독서의 의미를 찾아낸다.



'태도'란 '어떻게'라는 살아가는 방식과 가치관의 문제로, 그 사람을 가장 그 사람답게 만드는 고유자산이다. (7쪽)


의미? 그런 건 원래 없다. 세상의 모든 의미는 내가 직접 만들어가는 것이다. (27쪽)


내가 감당할 수 없는 것을 감당하려고 애쓰는 것은 착한 게 아니라 비굴한 것이다. 그것은 그저 갈등이 생기거나 버림받는 것이 두려워서 미리 자신을 상처 입힐 뿐이다. (42쪽)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일에 몰입하는 기분은 내가 생생히 살아서 숨쉬고 있다는 실감을 안겨준다. 그렇게 조금씩 걸어나가는 일, 건전한 야심을 잃지 않는 일은 무척 중요하다. 결국 열심히 한 것들만이 끝까지 남는다. (168~16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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