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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운용 Sep 08. 2021

옆집에 아기가 태어났다.

옆집 젊은 부부


옆집엔 젊은 부부가 사는데

얼마 전 아기가 태어났다. 현관문 속 너머에서 아기 울음소리가 아련하게 가끔씩 들려와 아기가 태어난 줄 짐작은 했었지만 가까이서 아기 울음소리가 들리니 신기했다.


젊은 부부가 옆집으로 이사온지는 일 년 가까이 되는데 그 부부와 정면으로 마주친 건 몇 번 안된다. 그나마 몇 번 안 되는 만남도 머리스타일이며 옷차림새들이 그때마다 달라져서 옆집 사는 젊은 부부가 맞나 헷갈려 어정쩡하게 례만 하고 지나쳤었다.


아들딸뻘쯤 나이 차이가 나니 너스레를 떨며 아는척할 수도 없어 무덤덤하게 지내왔었는데 아이가 태어났으니 신경이 쓰였다.


어릴 적 같으면 아기가 어 나는 날에는 동네잔치하는 날처럼 요란뻑적거렸는데

남모를 사연이 있는지는 모르나 아기 엄마가

아기 낳고 바로 바깥출입을 했었던 것 같고

친정이든 시집이든 부모들이 찾아오는 걸 보지 못했다.




아파트가 계단식이라 단 두 집뿐인데 아기 울음소리를 듣고도 이웃집 처지에 모른 체한다는 게 마음에 걸려 백일쯤 되는 아이 치수의 아기 옷을 샀다.


저녁에 퇴근하자마자 옆집 초인종을 눌렀다. 아기아빠가 나왔다.


" 이거 아기 선물인데, 비싼 건 아닙니다. 치수 안 맞으면 바꿀 수 있게 판매처 명함도 상자 안에 넣었으니 한번 입혀봐요."


아기아빠가 고맙다며 두서너번 머리 숙여 인사를 할 때 앞으로 확실하게 기억하기 위해 인상을 확인해두었다.


며칠 후 초인종이 울려 현관문을 열고 나가니 옆집 젊은 부부가 서있었다.

아기아빠가 아기 옷이 잘 맞고 맘에 든다며

거봉포도 한 상자를 건다.

아기 엄마도 멜빵으로 안고 있던 아기 얼굴을 내쪽으로 돌려 보여주면서 감사하다고 인사를 다.


어허. 포도는 뭐. 암튼 잘 먹을게요. 이제 얼굴을 확실히 익혔으니 친하게 지내요.


포도상자를 든 채로 아기 얼굴을 들여다보니 젊은 부부의 활짝 웃는 모습을 그대로 빼닮았다.


저희 부부 동대문에서 의류 판매하고 있고 쇼핑몰도 운영하는데 놀러 오시라며 인사를 하고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갔다.


어쩐지 아무리 젊은 사람들이라 해도 옷차림새가 너무 눈에 튄다했더니 역시 직업은 못 속였다.


젊은 부부는 아기를 낳기 전에는 오전까지 자다가 오후에  동대문 가게에 출근했다가 새벽에 들어오는 전형적인 올빼미족이었다.


동대문 의류상가 새벽에 도매시장을 열고 오후와 저녁시간에 소매 장사를 하기 때문이었다.


아기가 태어나면서부터는 아기아빠만 출근하고 아기 엄마는 집에서 아기를 돌보며 쇼핑몰을 관리하는 것 같았다.




아기아빠는 바쁘고 아기 엄마가 아기를 혼자 둘 수가 없으니까 이따금씩 문 앞에 다 쓴 기저귀등이 담긴 쓰레기봉투를 내다 놓고 있었다.


첨엔 그냥 지나쳤었는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아기 엄마가 아기 때문에 복도에 내다만 놓고 쓰레기 집하장에 갖다 버리지 못한 거 같아서 두어 번 대신 갖다 버려주었다.


젊은 부부가 우리 집 초인종을 두 번째로 눌렀다. 내일이 아기 백일이라서 샀다며

떡케이크를 건넨다.


" 쓰레기봉투도 대신 치워주시고 여러 가지로 고맙습니다."

" 어차피 출근하는 길에 두어 번 한 건데 신경 쓰지 말아요. 힘든 일도 아닌데 괜찮아요."


아기는 엄마품에서 곤하게 잠들었는데 내가 사준 백일복을 입고 있었다.


" 고 녀석 엄마 아빠 닮아 잘생겼구나."


덕담이 아니라 아기도 젊은 부부 두 사람 다 인물이 선하고 잘났다.


아기아빠는 얼마 후에 아파트 주민자치회  회계감사로 선출되었다. 쇼핑몰을 운영하고 있는 경력을 사 자치회 홈페이지 관리까지 맡았다.


엘리베이터 게시판에 붙여진 당선 소감이 맘에 들었다.


- 한눈에 들여다볼 수 있게끔 깨끗한 자치회 만들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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