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는 뜨뜻해야 제맛잉께.
가을이라 카드만,
바람이 좀 서늘하데이.
아침부터 커피 한 잔 생각 나더라.
천지에 눈돌리믄 다 카페라카는데
뭐가 뭔지, 어데 가야되는지
알수가 없드라.
할마시 손 딱 잡고 들어가뜨만
‘주문은 키오스크로 하시면 됩니다.’
키오스크? 그게 먼데.
기다란 기둥같은 게
'주문은 여기서 하세요'
글씨가 반짝거리는데,
아따 글씨가 개미똥꾸녕이라
뭐시 보여야 말이지.
" 뭐마실래? "
" 나 당연히 아아지. "
" 역시 얼죽아, 야 너는? "
" 나도 아아. "
" 오케이 그럼 아아세잔 고고 "
옆에서는 젊은 처자가
톡톡 누르고 벌써 카드 넣드만
영수증이 줄줄 나와가 들고 가뿌데?
아아? 그기먼지 젤 맛난 커핀갑는데
주문을 할수가 있어야지.
나는 손가락만 허공에 헤매다가
결국 직원 불렀다 아이가.
"네, 손님, 뭘로 도와드릴까요?"
“따뜻한 아아 두잔 주세요.”
그 아가가 나를 보더니 웃더라.
“할아버지, 아이스 아메리카노는 차가운 거예요.”
내는 그냥 멋모르고 그랬다.
전부다 아아 묵는다카길래
그기 젤 맛있는커핀갑다 했지.
옛날에는 아아고 나발이고가 어딨노,
고마 “뜨겁게 주라.” 하면
따뜻한 커피한잔 마실 수 있었다.
그게 다 인정이고, 세상 맛이었는데.
이젠 그 따뜻한 말 한마디 대신,
‘확인’ 버튼을 눌러야 한단다.
누르는 손끝이 자꾸 떨려서
커피 하나 사 마시는 데도
마음이 괜히 서럽더라.
6.25때 총소리에도 놀라지 않던 내가
이제는 기계 앞에서 한참을 서 있다.
그때는 세상이 시끄러워도
사람 마음만은 따뜻했지.
총알이 빗발쳐도,
누가 물 한 모금 건네주면 그게 그렇게 고마웠다.
근데 요즘은 조용한데도,
참 싸늘하다.
사람 목소리는 줄고,
기계음만 커졌다.
“결제되었습니다.”
“확인 버튼을 눌러주세요.”
그 소리가 꼭,
심장 대신 기계가 뛰는 세상 같다 아이가.
세상은 점점 빨라지는데,
나는 자꾸 느려진다.
남들은 버튼 하나로 세상을 주문하는데,
나는 커피 하나에도 마음을 다 써야 된다.
눈이 침침해서, 손끝이 떨려서,
그보다는 그냥 세상이 너무 낯설어서.
아가야,
나는 아직도 커피는 뜨거워야 된다 생각한다.
그 뜨거운 김에서 사람 냄새가 나거든.
그 김 속에 “오늘은 좀 진하게 해드릴까예?”
하던 말투가 있었고,
잔을 건네던 손의 온기가 있었데이.
그걸 마시며 하루를 버텼다 아이가.
너희는 모를 기다.
그 따뜻한 숨결이 사라진 세상에서
사람 사는 맛이 얼마나 그리운지.
아이스 아메리카노는 차갑다 카지만,
내 손엔 아직 뜨거운 김이 남아 있더라.
잔은 비었는데,
그 온기가 한참이나 식질 않더라.
그래서 오늘도 나는
커피 한 잔보다
사람 한마디가 더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