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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마음이 선물을 소환하였습니다.

첫 번째 선물

by 양치는목동

삶의 의욕을 잃고 좁은 방 안에서 한참을 갇힌 채 지낼 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웃어본 게 언제였더라. 아니, 울어본 적도 언제인지 모르겠네.'


눈을 감고 잠이 들어버리면 잠시나마 고통스러운 현실을 잊을 수 있었기에


조금만 잠이 와도 침대에서 낮잠을 청했고, 이윽고 밤이 찾아오면 쓸쓸하고 불안한 마음을 안고


뜬눈으로 새벽을 보내기 일쑤였습니다.


뒤를 돌아보면 참 열심히 살려고 노력한 것 같은데 왜 이렇게 되어버린 건지....


머리로는 다시 일어서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첫 한걸음을 내딛는 것이 참 두렵고,


그저 내일로 미루고 싶었던 시간이었답니다.


수시로 잠이 드는 것 외에 또 다른 현실도피로 시작한 것은 '게임'이었어요.


편히 앉아서 할 수 있으면서도 노력에 대한 보상이 확실하여 성취감을 안겨주는 게임.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게임은 극악의 어려운 난이도로 유명했던 다크소울 3인데요.


수십 번을 죽으며 겨우 도착한 보스전에선 등장부터 거대한 위용을 과시하며


'넌 절대 날 이길 수 없어. 무슨 짓을 해도.'라고 말하는듯한 엄청난 비주얼을 가진 보스들은 등장만으로도 오금을 저리게 하고.


나의 몇 배나 되는 기다란 HP(생명 게이지)를 보는 순간 싸워볼 전의를 상실하게 될 정도인데


끝없는 도전 끝 겨우 보스를 잡게 된 희열의 순간, 컷신이 재생되며 다시 가득 채워진 HP와


더 변칙적인 공격패턴으로 덤벼드는 보스는 또다시 유저에게 무력과 절망감을 안겨주기 충분했답니다.


(게임에선 이걸 2 페이즈라고 부르고, 후반 보스는 3 페이즈까지 가기도 합니다.)



조력자가 소환되었습니다.


보스방 앞 바닥에는 여러 소환 싸인이 있는데, 이걸 통해서 막강한 보스와 함께 싸울 수 있는


조력자가 되어줄 다른 유저를 소환할 수 있어요.


채팅이 없는 시스템이지만 초보자인 제가 미처 못 보고 지나가는 아이템은 손짓 제스처를 통해서


알려주고, 검을 벽에다 대고 휘둘러야 나타나는 비밀의 공간도 덕분에 알게 되었지요.


처음엔 후덜 거리며 들어갔던 보스방을 이젠 든든한 조력자와 함께 하니 더 이상 무섭지도 않았고,


마지막 보스전까지 올클리어하게 되었답니다.






이젠 세상에 나와 바쁘게 일하며 반복되는 하루가 계속되는 일상을 보내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음이 너무 힘들 때 찾아봤던 노래, 영상, 책이든 뭐든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분에게


소개해드려서 불안의 밤이 조금이나마 편안해질 수 있다면 참 좋겠다는 생각.


각자 처한 상황과 마음은 다른데 어설픈 위로를 하다 오히려 상처를 주기도 하는 부족한 저이기에,


그저 제가 할 수 있는 방식으로 선물을 보내드리는 마음을 담은 편지를 띄워봅니다.


선물을 소환한 것은 지금 이 글을 보는 당신의 마음이며, 선물의 주인공 역시 당신입니다.



첫 번째 선물



달빛이 떠오르는 감미로운 게임 OST 곡을 소개해드립니다.


2011년 출시하여 명작으로 평가받는 캐나다의 인디게임 투더문 (To the Moon) OST,


Everything alright 입니다.


임종을 앞둔 환자들의 기억을 조작하여, 이루지 못한 꿈을 이뤄주는 박사들



임종 직전,

조니라는 노인의 꿈은

달에 가는 것.

왜 그런 꿈을 가지게 된 것일까?


죽기 직전 환자들의 기억을 조작하여 간절히 원했으나 이루지 못했던 꿈을 이뤄주는 로잘린 박사와 와츠 박사.


조니라는 이름을 가진 노인의 꿈을 이뤄주기 위한 그들의 노력을 담고 있으며,


조니의 기억 속 시간을 거슬러 갈 때마다 새로운 과거의 파편이 드러나게 됩니다.


박사들은 그 퍼즐을 맞추며, 왜 노인의 마지막 소원이 '달에 가는 것'인지 알아내려 노력합니다.



투더문은 추억의 향수를 부르는 고전 도트 그래픽이지만,


감동적인 스토리와 철학적인 질문을 던지며 많은 사랑을 받았습니다.




당신의 삶에서 가장 행복하고 소중한 기억.

없애고 싶은 슬픔과 불행의 기억과

맞바꿔야 한다면, 그 기억을 희생시킬 수 있나요?



잔잔한 피아노 선율의 감미로운 OST 곡을 함께 감상하며 평온한 밤이 되시기를 바라며.


투더문 ost - Everything alr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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