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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unjoo Doh Oct 19. 2024

기억 속 존재의 향기


  따사로운 봄햇살이 가득했던 날,

마치 하늘에서 혼인잔치가 열리는 듯한 분위기 속에서, 머리 위엔 분홍빛 벚꽃잎들이 화관을 씌워주었고, 회색빛 콘크리트 바닥은 온통 분홍빛 카펫으로 만들어준 수많은 꽃잎들이 흩뿌려지던 그날,


나는 너를 잊지 못해.

빵 부스러기를 애원하듯 가만히 응시했던 너의 눈망울과, 조그맣고 가느다란 입술로 연신 쪼아대며 먹던 앙증맞은 너의 모습이 아직도 생생히 떠올라.


그렇게 한참을 내 곁에서 머물다가 어느 순간,

너는 너의 완벽한 그림자를 남겨놓고 훌쩍 날아가버렸어. 너는 나에게 행복이 소유가 아닌 존재에 있다는 것을 이렇게 알려주고 떠났지.


혼자 있던 나에게 총총히 다가와 잊히지 않는 몸짓과 완벽한 그림자로 내 가슴속 깊이 새겨놓은 채 그렇게 날아가버린 너.


다음 해 봄볕이 따사로운 날,

세상이 온통 분홍빛 물결로 춤출 때쯤이면, 나는 또다시 너를 생각할 거야.

그날이 오면, 나는 너를 다시 떠올리며, 봄의 따스함 속에서 너의 기억의 향기가 더욱 깊이 스며들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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