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동산에 오르면 뽀얀 융단옷을 입은 작은 할미꽃이 살포시 고개를 숙인 채 서 있다. 왜 할미라 했을까? 할미가 되도록 지치게 만드는 고단한 삶과 수많은 그리움들이 쌓이고 쌓여 고개를 힘겹도록 떨구게 만든 것일까.
여전히 아름다움과 고귀함을 지닌 꽃이건만, 못다 핀 꽃의 아쉬움이 가슴을 파고들어 냉큼 다가가 가녀린 손가락으로 나도 몰래 가만히 들여다본다. 손끝에서 느껴지는 따뜻하고 뽀송한 감촉은 마치 태곳적 엄마 품에 안겨 젖비린내 풍기는 엄마냄새와 포근한 살의 감촉처럼 부드럽고 아늑하기만 하다.
그 순간의 시간은 점점 멀어지고, 보고 싶어도 볼 수 없고 만지고 싶어도 만질 수 없는 사무치도록 그립고 보고 싶은 엄마여…
엄마가 할미꽃을 사랑하던 시절의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