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새는
오늘도 이른 새벽 날아오릅니다.
육체적 피로와 고통은 허리춤에 단단히 묶었습니다. 온몸의 힘을 다해 세상에서 가장 거대하고 숭고한 몸짓으로 쉴 틈 없이 움직입니다.
하루종일 제일 먹음직스러운 지렁이를 찾아다니느라 몸은 몹시 고단해집니다.
잠시라도 쉬고 싶어 한적한 곳으로 훌쩍 날아가고 싶지만, 그럴 수는 없습니다.
거친 폭우가 쏟아지고 세찬 비바람에 나뭇가지들이 요동치며, 돌덩이 같은 우박이 몸을 덮쳐도 아빠새는 쉴 수가 없습니다. 아직 남은 지렁이를 찾아야 하니까요.
어쩌면 평생을 쉬지 못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부모로서의 완벽함은 죽는 날까지 이루어지지 않으니까요.
아빠새는
이 세상에서 가장 슬픈 새입니다.
하루가 지나고 또다시 밝아온 형형색색의 여명에 아빠새는 어김없이 피로와 고통을 허리춤에 단단히 묶고 행복한 일을 하러 간다며 입가에 미소를 띠고 날아오릅니다.
아빠새는
이 세상에서 가장 강한 새입니다.
일러스트
Eunjoo Do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