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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Mrs. Blue 0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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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unjoo Doh Oct 13. 2024

봄 I

 미세스 블루는 잘 구워진 빵을 바구니에 가지런히 담아

맥스와 함께 집을 나섰다. 집 앞에 세워둔 자전거 뒷바퀴 쪽에 바구니가 떨어지지 않도록  끈으로 꽁꽁 묶었고 자전거 앞바퀴 쪽 바구니에는 언제나 맥스가 앉았다. 신나는 놀이동산의 놀이기구라도 타는 듯 맥스는 뭐가 그렇게 좋은지 꼬리를 늘 살랑살랑거렸다.


 미세스 블루의 마을은 춥고 긴 겨울이 어느새 지나갔다. 그녀와  맥스가 지나가는 길목의 커다란 나무들에서는 벌써 연둣빛의 연한 잎사귀들이 돋아나기 시작했다. 살짝살짝 코끝에 향긋한 꽃향기도 느껴졌다. 자전거 페달을 밟을 때마다 미세스 블루와 맥스의 얼굴에 살랑살랑 불어오는 봄바람이 부딪혔다.  숲 속에 가득한 초록들은 그녀와 맥스가 지나갈 때마다 반갑게 인사를 건네는 듯 보였다. 숲 속을 지나 훤한 거리로 나와 달리자 자전거 위로 뭔가가 보이기 시작했다. 그 모습은 그것이 가까이 다가와서야 알 수 있었다. 미세스 블루의 머리 위에서 줄곧 한 마리 새가 같이 날아오고 있었던 것이다.





 둘만의 상쾌한 아침 자전거 여행이 끝나갈 무렵, 저 멀리 그녀의 가게가 보이기 시작했다. 가게에 도착 후 미세스 블루는  문을 열고 들어가자마자 두 눈을 크게 뜨고 두 번 세게 깜빡여 어두웠던 가게 안을 환하게 밝혔다.


  손님이 오기 전, 그녀는 매일 아침 가게 안을 정리했다.  삐뚤어진 상자들이나 비어 있는 상자는 없는지 꼼꼼히 살폈다. 맥스도 옆에서 가만히 있지 않고 분주히 움직이며 거들였다. 맥스의 기다랗고 부드러운 꼬리는 하루가 멀다 하고 쌓이는 먼지를 열심히 털어내는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미세스 블루는 그러한 맥스의 모습에 언제나 고마워하며 사랑스럽게 안아 주었다. 상점 안 정리가 끝나면 그녀는 곧바로 카운터에 놓인 작은 화분과 출입문 양쪽에 있는 화분에 물을 주었다.



  미세스 블루가 아침에 모든 정리를 끝내고 카운터에 앉아 한숨을 돌릴 즈음, 가게문을 열고 첫 손님이 들어왔다. 이른 아침마다 자주 들르는 단골손님이었다. 소피라는 이름의 20대 젊은 여자 손님은 “Mrs. Blue ”가게 옆에 있는 슈퍼마켓의 점원으로 하루종일 일을 했다. 소피는 항상 검은색 티셔츠와 검은색 스커트의 유니폼을 입었다. 아직 초봄이라  검은색 겨울 점퍼를 덧입고는 어김없이 피곤한 얼굴로 물었다.


“미세스 블루 씨!

검은색 스타킹이 어디에 있죠? 늦게 일어나서 서둘러 나오느라 신지 못했거든요.”


“좋은 아침이에요, 소피 씨! “

스타킹은 오른쪽 중간 핑크색 박스에 있어요.”


소피는 재차 물었다.

“아, 그리고 지난번에 샀던 것도 다시 사고 싶은데, 어디에 있죠?”


“그것도 핑크색 박스 바로 옆 보라색 박스에 있어요.”


소피는 작게 한숨을 내쉬며 대답했다.


“다 찾았어요.  

이 실은 생각보다 빨리 써버리네요. 그래도 이 실 덕분에 하루 종일 얼굴에 경련이 더 이상 일어나질 않아요. 고마워요, 미세스 블루 씨! ”


“천만에요, 필요하면 언제든지 들러요.  

여기엔 항상 있으니 걱정 말고요.”


소피는 사과 하나를 카운터에 내밀고는 나가려 했다. 그때 미세스 블루는 집에서 가져온 따뜻한 머핀 하나를 그녀에게 건네주며 다정하게 한마디 건넸다.

“서둘러 나오느라 아침도 못 먹었을 텐데, 얼른 따뜻할 때 먹어둬요. 오늘도 시간은 금방 지나갈 거예요. “


소피는  한 손에 박스 두 개와 다른 한 손에 빵을 들고 하얀 치아가 훤히 보일 만큼 예쁜 미소를 지으며  소피가 일하는 슈퍼마켓으로 걸어갔다. 아무도 알아볼 수 없는 실을 양쪽 귀에 걸었기 때문에 사람들은 그녀를 언제나 웃는 얼굴의 상냥한 점원으로만 생각했다. 이 실은 미세스 블루만 알아볼 수 있는 실이었다. 또 하나의 비밀은 이 실만 귀에 걸면 느리게만 가던 하루가 금세 지나가버려 일을 미치는 시간이 일찍 돌아왔다.



일러스트

Eunjoo Do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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