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
Eunjoo Doh
뉴질랜드 봄소식은 수선화뿐만 아니라 드넓은 잔디밭 위의 양들로도 알아차릴 수 있다. 이른 봄이 시작되면 엄마 양들 옆에선 언제나 작고 귀여운 아기 양들이 꼭 붙어 있기 때문이다. 가을에 임신한 어미 양은 약 5개월의 시간을 거쳐 먹을거리가 풍부해지는 봄에 새끼를 낳는다. 목초지를 거니는 엄마와 아기 양들은 보는 이에게 미소를 자아내고, 차를 타고 지나치다 그 모습을 목격이라도 하면 저절로 시선은 선한 양들에 고정되고 만다. 입가에선 다정한 말투가 흘러나오고, 차를 세워 구경하고 싶어질 만큼 마음이 사르르 녹아드는 장면이다. 마치 메마른 마음에 단비가 내리듯, 모든 것이 되살아나고 행복과 생기로 가득 채워지는 순간이다. 아기 양이 엄마 뒤를 졸졸 따라다니며 여린 다리로 폴짝폴짝 뛰어다니는 모습은 세상에서 가장 천진무구한 자태이다.
어미 양들은 주로 냄새와 소리로 자신의 새끼를 알아본다. 양은 후각이 매우 발달해 있어 자기가 낳은 새끼의 특유한 냄새를 통해 다른 양들과 구별할 수 있다. 또한 새끼가 내는 울음소리도 알아채며, 시간이 흐르면서 양은 새끼와 특정한 소리와 행동 신호를 통해 유대감을 형성한다. 이런 감각 덕분에 수많은 양들 속에서도 자신이 낳은 새끼를 알아본다니, 이 얼마나 위대한 일인가.
이렇게 따뜻한 봄이 다시 찾아오는 시간 속에서도, 여전히 세상의 어딘가에서는 생명이 사라지고, 다시 피어나지 못할 영혼들이 슬픔에 잠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