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가을은 내게 포근한 날들을 선물해줬다.
지친 마음에 잠깐 걷고 아무도 없는 곳에서 마스크를 내리고서 숨을 한 번 쉬어보면, 어떤 날보다는 춥지만 어떤 날보다 따뜻한 특유의 냄새가 느껴졌다.
새벽보다 아침 9시, 해지기 전 오후 4시에 하는 혼자만의 산책은 내 마음을 들뜨게 했다. 건물에 비치는 그림자와 바닥에 떨어진 형형색색 나뭇잎이 걷고 있던 발걸음을 멈추게 했다.
봄에 기지개 피고 여름에 푸르게 그늘을 만들어주고 가을에는 위로를 주고서 떠나는 나뭇잎들에게 잠시, 짧은 작별 인사를 건네본다.
내년에도 너의 따뜻함을 기다리겠으니 나도 이 기나긴 추위를 견뎌내겠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