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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리 Jun 10. 2023

엄마가 유일하게 약해지는 순간

꽃처럼 예쁜 나의 엄마

엄마는 강한 사람이다. 연년생 네 남매 양육을 오로지 혼자서 하신 분이었다. 한 손에 한 명, 또 다른 손에 한 명, 등 뒤로 가슴 앞으로 아이 하나씩 업고선 어떤 큰 사고 없이 자랄 수 있었다.

20대 중반이 되어도 여전히 못하는 게 많다. 동생과 자취를 시작하고 청소를 하는 게 귀찮아서 대충 떨어진 머리카락을 손으로 모으고 한쪽 구석에 놔두고 잊어버리기는 일 수다. 세탁이 끝났다는 알람이 울리면 건조대에 빨래를 널기 싫어서 몇 시간이나 방치해 둔다. 요리는 아직도 라면밖에 하지 못한다. 그 라면마저도 항상 물 조절을 실패해서 맛없는 라면을 먹은 적도 많다. 그래서 언제나 빠르고 부지런하게 움직이는 엄마가 부러웠다. 엄마가 해주신 요리는 너무 맛있고 따라가고 싶었다. 나보다 키는 15cm나 작고 덩치도 많이 차이나지만 엄마는 내게 여전히 든든하고 큰 존재이다. 하지만 유일하게 엄마가 작게 느껴진 순간이 있다.


바로 '스마트폰'을 사용할 때이다. 처음에 스마트폰을 구매하시고 전화만 사용할 수 있었다. 스마트폰을 사용한 지 3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사용법을 모르시는 게 많다.  특히, 예쁜 꽃 선물을 받거나 풍경을 보면 프로필 사진으로 하고 싶다고 매주 자취방에 오셔서 사진을 찍어주고 프로필 변경을 부탁하신다. 엄마에게 한 번은 스스로 해보라고 하는 방법을 알려준 적이 있었지만, 용기를 내지 못하셨다. 

'어후, 나 사진 못 찍어'

'내가 잘못할까 봐 무서워'


그런 엄마의 모습이 답답해 보이면서 안쓰럽게 느껴졌다. 왜 이 쉬운 걸 못하는 걸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한 편으로 내가 했던 실수도 생각이 났다. 처음으로 휴대폰을 사용했던 초등학교 5학년때, 만화를 너무 보고 싶어서 실수로 유료사이트에 들어갔다. 그러고 그 달에 30만 원이 넘는 요금이 나온 적이 있었다. 지금도 아이패드가 있지만 사용하는 게 익숙하지 않아서 일 년에 두세 번만 사용하고 끝이었다. 


생각해 보면 처음부터 걸음마를 잘하는 사람이 어딨 을까. 엄마가 수만 번 내 손을 잡아주고 넘어지면 일으켜주는 과정에서 걷는 방법을 배워가는 거니까. 엄마뿐만 아니라 예전에 유명 유튜버 '박막례 할머니' 영상 중에 키오스크에 관한 영상을 본 적이 있었다.  무인매장이 증가하고 키오스크도 자연스럽게 증가했다. 가게에 들어와 낯선 기계 앞에서 망설이다가 축 처진 어깨로 가게로 나가는 노인들이 많아졌다고 한다.  최근 구인구직글에서 '키오스크 안내'를 도와주는 업무가 적힌 문구를 본 적도 있다. 


자연스럽게 누군가는 평범한 일상에서 누군가는 어떤 장벽에 부딪혀하지 못하는 게 많다는 생각이 든다. 빠르게 바뀌는 시대에 서로가 발맞춰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되면 좋겠다. 엄마도 처음에 전화밖에 사용하지 못했지만 이제는 유튜브에 들어가서 영상정도는 볼 수 있게 되었으니까. 느려도 차근히 배워가 보면 더 잘할 수 있으리라고 믿는다. 예전에 블로그에 이런 글을 쓴 적이 있다. 


'엄마는 예쁜 꽃이 좋다고 했다. 엄마의 날들을 꽃처럼 예쁨을 담아낼 수 있으면 좋겠다'


갤러리를 보면서 가끔 그때의 아름다움을 회상하는 우리 엄마가 스스로 하루에 있는 행복을 직접 스마트폰으로 기록하고 내게도 공유해 주는 날이 오면 좋겠다. 서로 다정하게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으면서 하나씩 기록하는 날이 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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