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화상 1
오래 전부터 나의 존재에 대해 생각할 때면 가슴이 콕콕 쑤시고 저릿한 느낌이 들었다.
눈을 감고 천천히 나를 부르며 내 안으로 문을 열고 들어가면,
겹겹이 쌓인 막 안에서 작고 여리고 깨지기 쉬운 나의 모습이 고개를 든다.
우주 한 가운데 적막과 고요 속에서 둥둥 떠 있는 나.
어딜 가도 어딘가에 닿을 수 없는 아득한 나.
자궁 속 태아 적의 나.
막막하고 고독한 내 모습이 블랙홀처럼 나를 빨아들이는 기분이 들어
그 아득함을 지우기 위해 눈을 뜨곤 했다.
자아가 형성되기 이전의 어린 시절을 거쳐,
조금씩 자아가 형성 되어가던 10대,
삐걱대고 방황했며 내 멋대로 살았던 20대,
결혼해서 아이를 낳고 삶의 많은 부분이 바뀌었던 30대,
그리고 이제야 조금 성숙해지는 것 같은 40대의 지금까지, 모든 순간들이 다 나였다.
나는 줄곧 나 자신을 거느리며 살아왔다.
누구에게나 자아가 있듯, 내 자아는 내 안에 들어 있고 앞으로도 평생 나로 살아간다.
어느 누구도 대신해줄 수 없는 세상에 하나 뿐인 나이다.
과거의 내 모습들이 쌓이고 얽히고 반죽이 되어 현재의 내가 만들어졌고, 미래의 나를 향해 가고 있다.
먼 미래의 끝에 나는 언젠가 이 세상에서 사라질 것이다.
영원히 눈을 뜨지 않은 채 내 몸이 사라지고 나면, 내 영혼과 자아는 어디로 가게 될까.
텔레비전의 전원이 꺼지듯 완전히 사라지는 걸까.
무한한 우주에서 하나의 점이 되어 영원히 멀어져 가는 걸까.
아니면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창조주의 곁으로 가게 되는 걸까.
미래의 내가 어떻게 될지 알 수 없지만, 나는 영원히 살 수 있는 영혼에 대한 믿음을 갖는다.
그 믿음은 아득함 속에서 나를 건져내어 밝고 부드러운 빛으로 내 안을 채워준다.